"여름 소나기처럼 순식간에 쏟아진 우박이 단 10, 20분만에 모든 농사를 망쳤습니다."
8일 오후 때 아닌 '우박 폭격'으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은 청도군 풍각면, 각북면 주민들은 아직도 충격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9일 풍각면 현리마을 속칭 뒷내길에 모여든 주민 50여명은 "내 평생 5월에 내린 이런 우박은 처음 봤다"며 "순간적으로 채석장에서 돌 깨는 소리와 비슷한 '따따따닥'하는 굉음에 오도 가도 못하고 무서움에 떨었다"고 입을 모았다.
풍각.각북면 일대 주요 작물인 사과와 복숭아, 감, 양파밭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 과수나무는 무성했던 잎과 씨알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 앙상했고, 나무껍질은 패이고 뜯겨 상처투성이였다. 수확이 임박해 한창 알이 굵어야할 양파밭은 우박무게에 힘없이 짓눌려버렸다.
주민들은 당장 전멸한 농작물 피해도 문제이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풍각면 현리마을 장병용(64)씨는 "사과와 복숭아, 감나무는 내년과 후내년에도 수확이 안될 수 있다. 열매가 떨어져 나가 수세균형이 깨지면서 영양분이 가지로 뻗어나가게 돼 새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마을 양진천(62)씨는 "내달 망종 무렵 수확할 매실이 대다수 떨어지고, 일부도 상품성을 잃었다"며 "소득이 전혀 없어도 과수목 보호를 위해 새순치기 등 앞으로 일은 더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과수작목의 경우 열매가 없어도 방제약품을 정상적으로 살포해야하는 등 농사일은 그대로라는 농민들의 설명이다.
인근 각북면 삼평리, 우산리 일대도 피해양상은 비슷했다. 그동안 태풍 등 천재지변에 비교적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마을이지만, 이번 우박만큼은 비켜가지 못했다. 그동안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편이라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도 많지 않아 피해보상이 막막한 실정이었다.
삼평리 도영순(50)씨는 거의 전 농사를 망쳤고, 축사 지붕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울상이다. 그의 밭에는 9일 오전까지 우박이 뭉친 얼음이 녹지 않고 있었다.
도씨는 "농가마다 과수나 채소가 전파를 당했기 때문에 어제 집사람과 동네 부녀회원들이 모여 울음바다를 이뤘다"며 "수확은커녕 구멍 뚫린 비닐이나 부직포를 걷어내는 작업에 골병이 들게 생겼다. 과수 피해 등은 2, 3년 정도 후유증이 있어 모두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도군은 각북면 우산리·삼평리, 풍각면 현리·수월리·성곡리, 이서면 칠엽리·대전리·가금리 등 5개 읍면에서 이번 우박피해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군은 농가별 정밀 피해상황 집계를 신속히 진행해 도비 지원 건의와 군 예비비 지원을 검토하는 등 전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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