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 비틀스의 노래 제목처럼 활공장에서 이륙한 순간 패러글라이더는 한 마리 새가 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봄의 색깔과 느낌은 어떨까?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빅버드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하늘에서의 기분과 밑으로 내려다 본 봄 느낌을 물어봤다.
◆봄 햇살, 신록, 그리고 바람결
이달 5일 달성군 구지면 대니산 활공장. 작년 12월 첫 비행을 시작한 강지은(26·여) 씨가 헬멧을 쓰고 하네스(기구와 몸을 연결하는 장비)를 입은 뒤 캐노피(날개 역할을 하는 낙하산)를 연결하고 겅중겅중 내리막 활공장을 힘차게 내달려 창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이륙한 강 씨는 고도를 곧바로 높여야 하는데 바람과 상승기류가 약해 좀처럼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 동력이 없는 패러글라이더가 비행 고도를 위해서는 위로 치솟는 열 상승기류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지표가 아직 달궈지지 않아 상승기류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강 씨는 교육 때 배운 비행 기술로 솔개처럼 선회하며 하늘로 솟구친다. 이어 다른 회원들도 잇따라 이륙했다.
캐노피에 의지해 하늘을 나는 순간 중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늘은 푸근하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봐야 알 수 있는 느낌이다. 삼라만상이 발 아래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얼굴과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결이 부드럽다. 마음은 상쾌하다.
좀 더 높이 올라간다. 저 멀리 동북쪽으로 비슬산이 보인다. 구름이 덜 걷힌 산길 사이로 막바지에 이른 참꽃축제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비슬산 밑으로는 부지 정지작업을 끝내고 업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유가면)도 눈에 들어온다.
조종간을 당겨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초록빛 산과 들판 사이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산도 푸르고, 들도 푸르고, 바라보는 글라이더 마음까지 푸르다. 강변 주위로 보리와 밀, 마늘, 양파 밭에는 푸른 물감을 풀어놓았다. 온통 초록빛 일색이다. 이때만은 삶의 무게도 근심 걱정도 생각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와 싱그런 초록 사이로 못자리를 하는 농부들도 보인다. 물댄 논에 땅을 고르고 볍씨를 뿌린 뒤 비닐을 씌웠다. 얼마 있으면 비닐 속에서는 연초록의 어린 모가 자랄 것이다.
기분좋게 비행을 끝냈다. 초록색을 원 없이 보다보니 눈은 물론 마음까지 시원해진 느낌이다.
강 씨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5월의 신록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생명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 기운을 얻은 느낌이었다"며 "불규칙한 바람이 몸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등 아찔한 순간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산야를 감상하기엔 더없이 좋은 레포츠" 라고 말했다. 13년 경력의 김희중(58) 씨는 "하늘에서 보면 입체적이어서 보기 어려운 광경도 볼 수 있는데, 봄철에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산과 들판이 변하고 있다"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840m나 올라갔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디서 즐기나
대구경북에서는 달성군 구지면 대니산을 비롯해 청도 원정산, 문경 단산 문경활공랜드, 영천 보현산 등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대니산은 대구에서 가깝기도 하고 산과 강, 들판 등 주변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글라이더들이 많이 찾는다.
청도 원정산은 사방이 확 트여 비행하기에 좋다. 문경활공장은 접근이 쉬운데다 안정적인 상승기류로 사시사철 모든 방향에서 활공이 가능해 행'패러글라이딩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또 '바람의 산'으로 불리는 합천 대암산과 단양 두산, 양방산도 동호인들이 즐겨찾는 활공장이다.
빅버드패러글라이딩스쿨 조영근 스쿨장은 "땅 위에서 감상하는 봄의 만찬도 풍성하지만 하늘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봄의 향연 느낌도 환상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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