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나 축구 등의 운동경기와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물은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정해진 각본이 없는 스포츠와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드라마가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영화의 경우에는 특정 장소에 모여서 본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눈앞에서 직접 펼쳐지는 라이브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나 연극과는 달리 현장성이라는 매력을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운동경기 중계방송에서 흔히 나오는 말처럼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과 특정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열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과 매우 흡사한 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현장성이다. 이 특징은 연극과 영화보다 연극과 스포츠가 더 닮아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영화의 경우, 관객의 반응이 상영 중인 영화의 내용이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오랜 연습기간을 거쳐 정해진 각본대로 만들어지는 연극은 막상 공연이 시작되어 막이 오르면 영화와 달리 매회 공연마다 새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작품에 똑같은 배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연극은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나 스포츠와 비슷한 점이 많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날의 관객 반응에 따라 무대 위의 상황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성이 강한 연극의 특성상 관객의 반응은 다시 작품에 반영이 될 수도 있다. 연극은 극장이라는 곳에서 영화와 동일한 방법으로 관객과 만나지만 영화와는 달리 관객의 눈앞에서 매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스포츠 경기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가 연극을 볼 때 거침없는 박수와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해야 하는 이유는 스포츠 경기에서 더 재미있게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응원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의 그러한 개입은 스포츠 경기의 응원처럼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고 공연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박수는 관객의 선택이겠지만 더 좋은 공연관람을 위해서는 필수인 셈이다.
연극은 그야말로 매회 공연마다 작품이 새롭게 재창조가 되는데, 이때 박수로 대변되는 관객의 반응은 매회 새로 만들어지는 연극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한몫을 한다. 또한 관객이 적극적인 자세로 공연을 관람하면 소극적인 자세로 관람할 때는 느낄 수 없던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관객이 연극을 볼 때 작품에 대한 반응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두 모여 함께 박수를 치며 응원하던 운동경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관객의 박수는 연극의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작아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연극의 핵심요소이다. 하지만 박수라는 것은 연극제작진이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객 스스로 준비하고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관객이 영화의 완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나 연극관객은 연극의 완성도에 얼마든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연극뿐만이 아니라 현장성을 지닌 모든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박수에는 돈이 따로 들어가지도 않고 준비할 것도 따로 없다. 오직 마음만 있으면 된다.
다시 잘 생각해 보자. 박수는 기쁨, 축하, 환영, 찬성을 나타내기 위해 혹은 장단을 맞추기 위해 손뼉을 마주 두드리거나 치는 행위이다. 장단을 맞추기 위한 구체적 목적을 지닌 단순한 행동의 박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박수에 긍정적이고 밝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또한 박수라는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이를 통해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려 더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으니 박수는 결국 관객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관객은 애써 박수를 아낄 필요가 없다. 게다가 박수는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박수는 그야말로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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