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 밖 돋보기] 수학'과학 책 읽기

수학 역사'생활과학 등이 흥미…부모가 읽고 권해야

간서치(看書痴). 조선후기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이다. 책에 미친 바보, 지나치게 책을 읽는 데만 몰두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해석된다.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과목마다 수많은 공부 방법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의 바탕에 '독서'가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문제는 어떻게 책에 흥미를 붙일까이다.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책은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지루하다. 읽을거리 말고도 볼거리가 넘치는 요즘에 굳이 책이 아니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에겐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집에서 책과 신문을 늘 가까이하는 부모, 형제들이 있다면 일단 성공이다. 익숙한 풍경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 컴퓨터 게임이나 휴대전화 게임에 싫증이 나면 자연스레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책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아이에게 강요하듯 책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손이 갈 수 있도록 집안을 책으로 꾸미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산책 가듯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컴퓨터로 책을 검색하고 책장에서 게임하듯 책을 찾아보자. 책을 분류하는 방법과 꽂힌 순서에서 규칙 찾기를 체험할 수 있다. 독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책을 열심히 읽긴 하는데 만화책만 보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만화책을 즐겨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요즘처럼 영상매체가 발달된 사회에 활자만 있는 책보다 그림이 있는 만화에 더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만화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시간 부족을 들 수 있다. 일상적인 학교생활 외에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바쁜 틈틈이 책을 읽으려면 빨리 읽을 수 있고 내용 파악이 쉬워야 한다.

만화책은 그런 조건에 딱 맞다. 만화책은 가벼운 주제와 함께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공부도 재미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것처럼 독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책을 읽고 거기서 감동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책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가 또 다른 고민으로 다가온다. 독서 관련 단체에서 추천한 책을 참고로 해도 되겠지만 교과서에 나온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 교과서에는 작품 전체가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도 되면서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책은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또 그 책을 읽을 당시 자신의 환경에 따라 주제가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세월이 흘러 작가의 의도나 책의 의미를 불현듯 깨닫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틀에 얽매이는 독서와 권장도서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른이 먼저 읽어보고 권해주는 것이다. 내용을 알고 있으면 아이들과 공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토론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험 공부하듯 확인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집중해서 책을 읽지 않을 경우 책을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쉽다. 같은 책을 읽은 공감대가 형성되면 굳이 토론이란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대화를 통해 오랫동안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

독서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에 흥미를 붙이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수학과 과학이 그렇다. 요즘은 이들 과목과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다. 수학의 경우, 책을 통해 수학의 역사를 먼저 알아보면 좋겠다.

뭐든지 배경을 알면 이해가 쉬운 법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맛보는 과학적 현상들은 흥미롭기 마련이다. 익숙한 경험들에 들어 있는 공통의 원리를 알아내는 기쁨이 과학책 속에 들어 있다. 아이는 시큰둥해할지 모르지만 수학과 과학 책을 선물해 보자.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대구중부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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