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의사의 한계, 노견(老犬)

요즘 동물병원에는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들이 많이 온다.

19년을 친구처럼 동고동락하고 있는 '또순이'(미니어처 핀세르)를 키우는 할머니의 사례다. 이 할머니는 서울 자식들 집에 갈 때도 항상 또순이를 데리고 간다. 할머니는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또순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자녀들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해서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

배가 불러서 항상 굴러다닌다는 표현이 맞는 16년 된 '뽀탄이'(요크셔 테리어), 집에 한 마리만 키우면 외로울 것이라 생각해서 여섯 마리를 키운다. 예방 접종과 심장사상충 예방, 정기검진을 빠지지 않고 실시하고 있는 '뽀탄이'는 성격이 아주 이기적이고 주변의 개들 사이에서 항상 대장으로 군림하려 한다.

7년 된 '아리'도 있다 이구아나인데 방송에도 한 번 출연한 적이 있다. 보호자가 정말 아끼는 이구아나여서 항상 어깨에 올리고 다니고, 공원을 산책하고 일광욕을 할 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주인은 항상 자랑스러워한다.

내가 직접 키우는 병원 고양이 '루루'도 18살이다. 루루는 페르시안 고양이다. 하지만 뇌쪽에 이상이 있어서 균형감이 많이 떨어진다. 초음파 위에 올라가서 구루밍과 졸고 있는 것이 하루 일과다. 그런데 최근에는 초음파 위에서 졸다가 가끔 떨어진다.

어떤 때는 혼자 막 웃는다. '고양이가 무슨 균형감이 저렇게 없어서 떨어지냐.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난다. 루루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 슬퍼진다. 이렇듯 동물을 20년 가까이 키우다가 보낼 때에는 어떤 마음일까? 그래서 또순이 할머니가 간식을 구입하러 병원에 왔을 때 물어봤다. 그러나 할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먼저 죽으면 안 되는데 내가 저놈 무덤을 만들어주고 죽어야 하는데…'라는 대답이었다.

할머니는 또순이 때문에 같이 산책을 하고 시장에 갈 때도 동행하고 또순이 음식을 만들어주는 삶의 목표가 있다. 그래서 '89세에도 저렇게 건강하게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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