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새누리당 대선후보 출마 임태희 前대통령실장

"대다수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열망…MB정책도 필요하면 계승"

임태희(55) 전 대통령실장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예상치 못한 일로 치부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장'을 지내다 지난해 12월 물러난 임 전 실장은 사실 이번 대선보다는 차기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출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독주하고 있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임 전 실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 국민들은 공화당 정권으로 낙인찍으면서 유신체제를 떠올리며 몸서리칠 것이고, 문재인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악몽을 생각하고 잃어버린 10년 시즌2를 외칠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대선에 출마하는 대신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국민의 관심을 끈다는 측면에서는 성공했다.

지금껏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잠재적 대선주자군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의 지지율은 확인된 수치가 없다. 그러나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의 지지율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의 관측이다.

임 전 실장은 '지역과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든 그는 새로운 정치의 구체적인 각론은 물론이고 당내 세력과 조직, 캠프가 없다. 그는 무슨 배짱(?)으로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한 것일까.

"박근혜 위원장에게 지금의 구도를 타파하는 주역이 돼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 틀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할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엉뚱하고 쿠데타 같은 발상이라고 하는데 박 위원장이 현재의 체제로 가자고 하면 현실적으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로 대변되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류들은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의 틀에 걸맞은 정치로 바꾸는 것을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문제지 시대적 요구를 거역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과 문재인 국회의원 당선자로 대표되는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게 된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국민들을 이런 틀 속에 더 이상 가두어 둬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는 지역이나 이념에 기대지 않는, 국가의 미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정치라고 주장했다.

대선지지율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는 박근혜라는 대선주자가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임 전 실장의 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그는 '단기필마' 격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처지를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에 비유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일본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등장한 과정을 관심 있게 살펴봤습니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서면서 '자민당을 살리러 나온 것이 아니라 자민당을 부수러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때 고이즈미는 지원 세력 없는 혈혈단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에 당선됐고 총리가 됐습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그 시대가 고이즈미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세력정치의 시대를 넘어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들의 마음, '민심'을 믿습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 일약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 200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까지 일본 국민의 기대를 한데 모은 바 있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타 정치인이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첨예하게 경쟁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어느 줄에도 서지 않았다. 중립지대인 '중심모임'에 가입했지만 그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후 당 정책위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장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이 대통령이 임기 말 화두로 내세운 '공정사회론'을 입안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의 대선 출마를 비롯한 정치적 행보는 이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대통령을 지칭할 때 '우리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자신을 이 대통령과 연결짓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며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대선 출마를 이 대통령의 뜻과 연결짓는 시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서자는 것은 부정하고 밟고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머물지 말고 지금의 시각으로 붙잡지 말고 편안하게 놓아 드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마를 'MB 2기다, 아니다'로 규정하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에서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정책은 계승발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주장했다.

G20 개최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해외 원조를 강화한 것,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 것, 일자리 창출로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 그가 열거한 계승해야 할 이 정부의 좋은 정책이다.

그는 "제가 (대선에) 나간다고 해서 어느 국회의원이 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힘을 합쳐서 나를 도와주겠나, 그것을 기대했다면 출마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과 연결짓는 것을 "또 다른 규정짓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라는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의 정치구도를 깨려고 한 시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의 출마 명분이 그것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고 상처 내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일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진영논리에 빠져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는 자기고백이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대권의 꿈을 키워왔다. 2002년부터 국가적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등 사실상 대권수업을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치르면서 국가 지도자는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인지 고민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2004년에는 영'호남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목포를 제2의 지역구로 삼아 매달 꾸준하게 찾고 지역 현안을 챙기면서 명예시민증까지 받았다. 이후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시스템 문제 등 대선 후보로서의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실장 자리를 내려놓고 이 정부가 각종 정책을 펼친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면서부터다. 청년 창업현장과 영세소상공인의 삶의 터전, 다문화시설과 탈북자 정착시설, 장애인시절, 사회적기업 등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그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왜 뿌리내리지 못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정부 시스템하에서는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범사회적으로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임 전 실장은 대통령실장을 지냈지만 정치지도자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했지만 모범 공무원 같은 합리적인 모습이 오히려 그를 유약하고 결단력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3선 국회의원으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의원직을 던지고 대통령실장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자리가 탐나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벌레'로 알려진 이 대통령을 모시고 일하는 대통령실장은 영화를 누리고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밤새워 일하고 고생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로 들렸다.

대통령실장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정부의 청와대 참모 중에 누가 그런 권력을 행사했나"라고 반문하면서 "그런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柔)하다고 하는데 참고 가면서 그런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논란에 대해 다소 안타깝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해명하면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는 국민의 기존 인식을 깨는 것, 관성적으로 해 온 자신의 투표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작은 세(勢)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기존 정치구도를 깨야 한다는 명분이 분명한 만큼 자신에 대한 지지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또한 새누리당 당헌에 규정된 대로 8월에 대선후보 경선을 실시하는 문제에 대해 "박 위원장께서 그 부분에 대해 균형 있게 민심을 들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박 위원장께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대표가 아니지 않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틀 안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국민 참여의 폭을 더 넓히고 경선 시기를 다소 늦추는 쪽으로 경선룰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박 위원장이 '통 큰' 양보를 해 주리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경기도 성남이 고향인 그는 서울 경동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24회)에 합격, 재무부 관세국, 재무정책국, 청와대 금융담당 행정관 등을 거치고 16대 총선에 출마, 경기도 분당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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