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 연료' 넣고 달리는 버스…성주·안동 업체 2곳 적발

경유에 등유 절반씩 섞어…"업계 유사연료 사용 만연" "탱크로리 기

경북지역 일부 시내버스업체가 주연료인 경유에 등유를 섞어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연료계통 고장 등 시민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오지노선 손실보상금과 유가보조금 등 연간 10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지역 버스업계에서 이 같은 가짜 연료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석유관리원 대구경북지사가 최근 제보를 받아 성주지역 시내버스업체인 A교통의 연료저장탱크 2곳과 주유기 2곳을 조사한 결과 각각 경유와 등유가 60%대 40%, 40%대 60%씩 섞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안동 시내버스업체인 B여객의 연료저장탱크 1곳과 유류주유기 2대에서는 각각 경유와 등유 비율이 40%대 60%로 섞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 결과 성주 A교통은 성주와 칠곡에서 모두 시내버스 47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안동 B여객은 시내버스 30대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2개 지역 시내버스 회사는 모두 C(48) 씨가 실소유주이고, 이들 업체들이 사용한 기름도 모두 C씨가 관련된 성주의 한 주유소에서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석유관리원 대구경북지사는 C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고령의 2개 시내버스 회사에 대해서도 연료 품질검사를 벌였으나 연료를 섞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업체에 대해서는 한국석유관리원이 조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동과 성주지역 시내버스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인 지 한 달 열흘 뒤에 조사를 벌였다.

이 같은 연료 혼합 사용에 대해 차량 전문가들은 엔진에 무리가 생겨 운행 중 시동이 멈추는 등 심각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식 대구공업대학교 자동차계열 교수는 "버스에 가짜 경유를 사용하면 윤활성이 떨어져 연료 분사기와 연료 고압펌프에 부식이나 마모가 발생한다. 낮은 온도에서 비정상적으로 폭발해 엔진 실린더에 열 손상을 줘 심할 경우 시동이 꺼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관리원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경유 버스에 등유를 혼합해 고장이 난 차량의 엔진을 살펴보면 마모된 흔적으로 쇳가루가 발견된다"며 "고장 나 엔진이 멈추게 되면 내리막길이나 고속 주행 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현재 성주와 안동경찰서는 시'군의 고발로 해당 버스업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성주와 안동의 해당 시내버스 업체는 "등유 혼합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사 당시 탱크로리 운전기사의 실수로 경유가 아닌 등유를 공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버스업체에 연료를 공급해온 주유소 측도 "탱크로리 기사의 단순 실수이므로 가짜 경유 제조 및 판매의 책임이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의 제보자 D씨는 "안동과 성주, 고령의 시내버스 업체와 성주의 주유소 실소유주는 모두 한사람"이라며 "3개 지역 시내버스 업체가 모두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경유와 등유를 섞어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성주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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