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5월 28일)을 앞두고 조계종단 소속 승려 8명이 호텔에서 13시간에 걸친 억대 도박판을 벌이다가 몰래카메라로 폭로되고 고발당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국내 불교계에서 가장 큰 조계종의 1번지로 불리는 조계사 주지가 이번 승려 일탈 사건에 연루되어 사표를 낸 데 이어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 등 집행부도 일괄 사퇴했다. 조계종단의 양대 어른인 자승 총무원장은 관련자들을 종헌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지시했고, 진제 종정은 10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을 대중 참회로 물들이는 민망함을 겪었다. 시주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며 참회하는 종정의 모습에 불교 신도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못난 짓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승려들로 인해 이번 조계종단 내 억대 도박 파문이 불거진 게 아니지 않으냐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승려 억대 도박 파문은 조계종단 내부에 스며 있는 권력을 둘러싼 파워 게임과 잿밥 싸움과 그 맥이 닿아 있어 또 다른 폭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와 함께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청정 수행 풍토를 지녔다고 믿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단이 평소 승려들의 윤리와 행동강령을 제대로 강제했는가 하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 근처 관광호텔에서 백양사 방장 스님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백양사 문중 8명의 밤샘 도박이 어쩌다 한 번 우연히 터졌을 리는 만무하다. 평상시 절집 안 내부에 이런 풍토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날 그 호텔, 그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불법 현장을 적발할 수 있었을까. 조계종단의 청정 수행 풍토, 석가탄신일을 앞둔 사부대중의 염원이 아닐 수 없다. 승속을 떠나 용납될 수 없는 억대 불법 도박판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조계종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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