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동지구와 도심의 화려한 고층 건축물과 대구의 건축물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도시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도 대구의 건축물은 단조로운 편이다. 서울과 부산에 비해서도 대구의 건축물은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지가 대구였다면 어떠했을까? 첫사랑의 주인공들이 메모지를 들고 건축학 공부를 위해 이색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어디에서 촬영할지 적잖게 고민했을 것이다. 인구 250만 명의 도시 규모에 비해 대구의 건물에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건축은 사람들의 생각과 실물 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대구에서도 이색적이고 다양한 건물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기자가 만난 대구의 건축가들은 '현실은 어렵지만 대구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꿈 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밋밋한 대구에도 멋진 건물들이 있다. 건축사들의 도움으로 대구의 이색 건물들을 찾아다녔다.
◆대구의 이색 건물들
㈜현대건축 김무권 건축사는 대구의 업무용 건물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건물로 토지주택공사(LH공사) 대구경북본부 사옥을 꼽았다. 김 건축사는 "이 건물은 건물을 거꾸로 달아 맨 형태로 아주 독특하면서도 어렵게 시공한 것"이라며 "대구의 업무용 건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고 했다. 이 건물은 지난 2007년 제16회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다. LH공사 대구경북본부 건물의 특징은 이렇다. 최상층부의 철골트러스는 고층부의 하중을 잡아주고, 그 자체로 역학적 긴장감을 주는 미적 요소를 갖고 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보기에도 특이하다.
달서구에 있는 태창철강 건물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마름모꼴 도형을 건물에 붙여놓은 형태로 주변 조경과 잘 어우러져 '건물 참 예쁘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건물 내부 역시 문화공간과 감성적 인테리어를 갖춰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또한 태창철강 유재성 회장의 집은 유명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한 것으로 한국적인 정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 시공 중인 글로벌기업의 게스트하우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터겐건축이 설계한 이 건물은 외관(Y셔츠 모양)이 특이할 뿐 아니라 호텔을 능가하는 편의시설을 갖추게 된다.
계명대학교 국제교육센터와 포교 성 베네딕도 영성관은 붉은 벽돌로 만든 건물로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계명대 국제교육센터는 제17회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으며, 근대적 재료인 붉은 벽돌과 현대적인 감각의 유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 금호택지지구 인근에 있는 포교 성 베네딕도 영성관은 대구의 대표적인 친환경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미디어 파사드로 꾸민 현대백화점 대구점, 왕관형 옥상을 갖춘 일부 아파트들도 색다른 건물로 꼽히고 있다.
◆대구시 건축상 받은 건물들
올해는 어떤 건축물들이 대구시 건축상을 받게 될까? 대구시는 현재 건축상 후보 건물들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담당 부서 공무원은 눈에 띄는 건물이 많지 않아 고민스럽다고 한다.
지난해(제20회 대구시 건축상)의 경우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이 대상을 차지했다. 대구미술관은 지형과 기능의 단순함이 돋보인 작품이다. 외부의 웅장한 스케일이 내부로 들어서면서 인간적인 분위기로 바뀌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일반 부문 금상을 받은 엑스코 증축 건물은 형태적'공간적으로 잘 조화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휘어진 직선 지붕형태에서 꺾인 직선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원형 증축 건물이 비정형적인 대칭을 잘 이루고 있다. 공공 부문 금상에 선정된 달성문화센터는 친환경적 설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건물 내 열린 공간을 통해 자연과 만나면서 공간에 이르게 하도록 설계됐다.
일반 부문 은상을 받은 이경빌딩은 유리 퍼즐을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외관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공공 부문 동상을 차지한 대구국제학교는 봉무공원의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건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건축주택과 서영태 주무관은 "서울 압구정동처럼 이색적이고 다양한 건물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지만 대구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대구는 오랫동안 실물경기가 침체된 상태인데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인해 독특한 건물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시는 도시 디자인을 고려해 이색 건물 조성을 권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대구에도 대형건물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에 새로운 볼거리가 될지 기대된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대구경북 최대 규모의 건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구혁신도시에 들어설 여러 공공기관 건물들도 색다른 설계로 조성되고 있어 대구 건축 문화의 다양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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