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브라, 갈색병, 오두막 등 쉬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패션뷰티업계에 '애칭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제품명 대신 부르기 쉽고 친숙한 애칭이 있는 제품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소위 '잘나가는' 제품들에 애칭을 붙였지만 이제는 업체 측에서 먼저 부르기 쉽고 제품의 특징을 잡아내 또 다른 이름을 붙이는 '애칭 마케팅'도 등장했다.
제품에 붙는 애칭은 주로 광고모델의 이름 이용하거나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진다. 어려운 외래어로 된 제품명을 비슷한 발음으로 쉽게 바꿔 부르는 애칭도 있다.
◆스타 이름 붙이면 그 스타만큼 뜬다
가장 흔하게 붙여지는 애칭은 광고모델의 이름을 딴 형태다. 제품 모델의 영향력이 판매로 이어지는 만큼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쉽게 그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모델의 이름을 따 애칭을 짓는다.
여성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프리볼륨 브라'는 광고 모델의 이름을 따 '소지섭 브라'라고 불린다. 소지섭 브라는 여성 속옷에 남성 모델의 이름을 붙여 화제가 됐고 판매량에서도 효과를 봤다. 2월부터 4월까지 소지섭 브라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신제품 판매량보다 51% 정도 늘었다.
비비안 관계자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남자 배우 소지섭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이슈가 됐고, 이후 소지섭 브라라는 애칭을 얻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프로스펙스는 지난해 '김혜수 워킹화'를 시작으로 올해 봄 'W 연아라인'(W COOL 403)과 'W 수현라인'(W파워 401 PWOMWIISIII)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연아 운동화' '수현 운동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출시 한 달여 만에 10만 족 판매를 돌파했다.
LG패션의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지니백'은 최근 모델인 공효진 화보가 공개되자 '공효진 백'이라는 애칭이 붙으며 주말 판매량이 평소 주말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아식스의 젤-네오 33과 G1레드 제품은 방영 중인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이승기와 하지원이 신고나오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이승기 운동화' '하지원 운동화'로 불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아식스 박종범 숍매니저는 "방송 후 고객 문의가 쇄도하고 평균 방문자 수 또한 평소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애칭으로 제품 효능도 알 수 있다
화장품 업계에도 애칭 바람이 거세다. 화장품의 경우 '화이트닝' '브라이트닝' 등의 영어 외에도 불어 등 발음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제품명이 많아 제품의 디자인이나 효능을 중심으로 애칭이 붙는다.
가장 유명한 화장품 애칭으로는 '갈색병'이 있다.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라는 긴 제품명을 가진 에센스로 전 세계적으로 3분에 1병이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 용기가 갈색 유리병으로 돼 있어 어려운 이름 대신 갈색병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이후 같은 브랜드에서 출시된 에센스도 병 색깔에 따라 '녹색병' '보라병'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갈색병의 풀네임으로 부르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매장에 구입하러 오신 손님들도 모두 '갈색병 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애칭이 제품명처럼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분 및 효능을 강조한 애칭도 눈에 띈다. 아이오페의 '슈퍼바이탈 엑스트라 모이스트 크림'은 효능을 강조하기 위해 '속탄력크림'이라는 애칭을 붙여 제품을 리뉴얼했다. 리뉴얼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애핑에서 효능을 파악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바비브라운의 '천사 파운데이션'은 천사처럼 결점 없는 피부를 표현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시세이도의 '10일 세럼'은 해당 세럼을 사용하면 그 효과가 10일이면 나타난다는 이름이다.
디지털기기들은 까다로운 영문 이름을 가진 제품들이 많아 마니아들 사이에서 줄임말이나 연상되는 단어를 애칭으로 붙이기도 한다.
캐논의 'EOS 5D MARK2'의 애칭은 오두막이다. 5D MARK라는 발음을 우리말에서 비슷한 단어인 오두막으로 부르는 것.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애칭은 캐논 'EOS 7D'의 칠득이, 니콘 'D80'의 덕팔이, 니콘 'D70'의 칠공주 등이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워낙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기억하기 쉬운 애칭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업체들이 주력상품에 애칭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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