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를 보면 동남쪽 호랑이 꼬리 지점에 터를 잡은 곳이 포항이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인지, 풍수지리적 요인 때문인지 이 도시만큼 순탄하게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곳은 없을 것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에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도시였다. 전국 곳곳이 실직자와 노숙자로 넘쳐났지만, 이곳에는 포스코 퇴직자들이 거액의 돈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흥청망청했다는 믿지 못할 일화까지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이 절정이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였으니 오로지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한 시절이었다.
MB 정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요즘, 포항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 도시가 됐다. 이런저런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포항의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 시민들의 자부심도 퇴색될 대로 퇴색됐다. '포항 출신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고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사법 처리 대상에 줄줄이 올라 있는 인사 상당수가 포항 출신이며, 대형 비리 사건의 이면에는 언제나 포항 출신이 연관돼 있다는 뉴스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포항남울릉의 김형태 당선자 문제까지 겹쳐 더욱 어수선하다.
과연 이것으로 끝일까. 포항 기업인인 이동조 제이 앤 테크 회장이 정권 실세의 비리에 연루되면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회사의 덩치를 키운 몇몇 기업인들의 이름이 술자리마다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이러다간 포항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아무래도 올 한 해 내내 포항은 이리저리 차이고 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영원히 활활 타오를 것 같던 포스코의 용광로가 다소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크게 줄어든 영업 이익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지역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더욱 높다. 유력 인사 몇몇이 자신의 과오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역풍 속에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다. 아무쪼록 포항이 험난한 역경과 고통을 견뎌내고 예전처럼 밝고 활기찬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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