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앙숙 인도-파키스탄 맞대결…휴무·단축근무 '나라가 들썩'

크리켓은 국내서는 생소한 스포츠다.

하지만 영국, 스코틀랜드, 호주, 인도, 뉴질랜드, 파키스탄 등에서는 국민스포츠다. 이들 국가에서 크리켓의 인기는 상상을 넘어선다. 크리켓은 앙숙인 두 나라에 화해의 다리를 놓기도 하고, 주요 대회가 열리는 날은 경제가 일시에 멈춘다. 유명한 크리켓 선수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갖기도 한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이 크리켓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면, 나라가 들썩일 정도다. 축구의 한'일전처럼 온 국민이 TV 앞에서 경기를 시청하고,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지난해 3월 크리켓월드컵 준결승에서 두 나라가 만났는 데, 산업현장과 금융시장이 멈췄고, TV 판매가 급증했다. 이날 상당수 인도 기업은 휴무나 단축근무를 시행했고, 파키스탄 카라치의 증권거래소는 평소보다 90분 일찍 장을 닫았다. 파키스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인 파키스탄 모바일, 증권회사 아리프 하비브 등은 휴무를 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 바르티 악사 등 다국적 기업들도 이날만큼은 인도 근로자들에게 정상근무를 강요할 수 없어 직원들이 크리켓 경기를 보도록 허용했고, 코카콜라는 원하는 직원에 한해 오후 휴무를 허용했다. 그 경기를 인도에서만 약 8천만 명이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크리켓으로 양국 외교관계가 해빙의 계기를 맞기도 했다. 2008년 파키스탄 무장단체가 뭄바이에서 인질극을 벌인 뒤 2년 넘게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그날 유수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맘모한 싱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모할리 스타디움을 전격 방문함으로써 화해의 싹을 틔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수조차 찾기 어렵지만 인도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몸값이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선수가 즐비하다. 인도의 최고 스타 마헨드라 싱 도니는 지난 2009년 연봉으로만 200만달러, 기타 부수입까지 더하면 1천만달러(112억원) 이상을 벌었다. 또 다른 스타인 사친 텐둘카르는 800만달러, 유브라즈 싱은 550만달러를 챙겼다.

역사상 최고의 크리켓 선수로 평가받는 사친 텐둘카르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인도를 21세기로 이끈 인물 50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의 뭄바이 인디언스 구단주 무케시 암바니는 순자산규모가 약 25조원으로 모든 스포츠 구단주 중 최고의 갑부로 꼽혔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도 육상을 하기 전, 크리켓으로 운동에 입문했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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