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는 이 땅에서 진보를 자처해 온 일부 세력의 벌거벗은 몸뚱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 모습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 소양조차도 없는, 영락없는 막가파였다. 기득권과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루한 양아치 집단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세력들이 지금껏 민주주의와 인권, 양심을 외쳐왔다. 그들의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었나?
당권파가 중앙위를 '깽판' 놓은 이유는 뻔하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이달 30일까지 시간을 벌어 당권파의 핵심인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하려는 수작이다. 그렇게 되면 당 차원에서 이들을 사퇴시킬 수 없게 된다.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단 배지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배지인가.
이번 사태로 국민은 얻은 것도 있다. 암울했던 시대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이 그 하나요, 진보를 음습한 지하에서 환한 대낮의 광장으로 불러올려 건강한 진보가 만들어지는 계기를 잡은 것이 그 두 번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폭력 사태는 진보의 '커밍아웃'이라고 할 만하다.
진보는 보수와 함께 사회와 역사를 이끌어가는 두 바퀴의 하나다. 따라서 진보는 더욱 공들여 가꾸고 키워가야 할 소중한 가치다. 이런 점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의 죽음이 아니라 재탄생이 될 수도 있다. 썩은 진보가 도려내지고 새롭고 건강한 진보가 자라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발전적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계기가 튼실한 열매를 맺을지 여부는 오직 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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