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눈높이 맞춰 속마음 '훤히'…어린이날엔 놀이동산도 데려가
"백살공주님, 안녕하세요."
"응, 미남이와 박사도 안녕."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은 7명이다. 이들과 담임 이선희(55) 교사는 서로 지어준 별명을 즐겨 부른다. 이 교사의 별명 '백살공주'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에서 따온 것.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첫 글자를 살짝 바꿨다. 나이 차는 많지만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이 교사와 학생들은 어느 스승, 제자 사이보다 살갑다. 어린이날에는 이 교사가 희망하는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사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챙겨주려고 했는데 그 아이만 따로 데려가면 혹시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싶어 다른 아이들까지 함께 갔죠.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느라 청룡열차 등 놀이기구를 함께 탔는데 다녀오니 온몸이 쑤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젊을 때 같진 않은 모양이에요."
33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이 교사는 도심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나 농촌에 자리한 학교를 맴돌았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덕분에 많은 경험을 얻었고 학생들을 더 잘 살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송초교만 해도 전교생이 40명뿐입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좋아요.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어디서 찾겠어요? 요즘 학생 생활지도가 문제라지만 아이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니 그런 걱정도 없죠."
오랜 시간 교단에 서면서 이 교사는 특히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생생하다. 2003년 태암초교에서 6학년을 맡으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학생이 속한 학급을 자원해 맡았다. 이 교사는 그 학생의 화장실 수발까지 들어가면서 무사히 졸업을 시켰다.
2004년 2학년을 맡았을 땐 갑자기 뇌수막염을 앓아 양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던 여학생을 보살폈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학교에 나오기 꺼리던 제자를 꾸준히 설득해 등교시켰고 이듬해까지 이 학생의 담임을 자청해 보듬어 안았다. 같은 학급 학생들에겐 '장애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라며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똑똑하고 예쁜 여자아이였는데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몸이 불편해도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달랬죠. 1년 뒤 그 아이는 학급 실장을 할 정도로 활발히 학교 생활을 하게 됐어요."
이 교사는 15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교원 6천823명 가운데 이 훈장을 받는 사람은 이 교사 등 2명뿐이다.
하지만 이 교사는 특별히 더 많은 일을 한 것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 나이가 많다 보니 배려를 해주신 듯해서 더 쑥스럽네요. 그냥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 해온 일일 뿐인 걸요."
그래서일까, 이 교사는 매일 자신의 차에 반송초교 학생 3명을 태우고 함께 등교한다. 학교까지 걸어다니기 힘든 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태운 채 웃고 떠들며 운전하다 보면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