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내 분신까지, 진보당 '갈수록 태산'

당권파 '강기갑 비대위' 강력 반발…민주노총, 17일 지지 철회 등

"갈 데까지 갔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있을지 모르겠다."

부정선거, 폭력사태, 계파 갈등, 지지 철회, 검찰 수사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처지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이 혀를 차면서 하는 말이다.

급기야 14일 저녁에는 일반 당원이 당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며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권파 소속으로 알려진 박영재 수원 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이날 오후 6시 15분 서울 동작구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그는 중앙위원회 전자투표(13, 14일)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 뒤 "못살겠다"며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얼굴과 팔 등에 3도 화상을 입은 박 소장은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위험한 상태다. 병원을 방문한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참으로 안타깝고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하루빨리 완쾌돼 다시 통합진보당 활동을 열심히 함께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빌겠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이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날 탈출로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당권파가 주도하고 있는 중앙위원회는 1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경선직 비례대표 후보자 및 당선인 사퇴 등 쇄신방안을 내놓으며 내분 사태 수습을 시도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혁신적 쇄신책 마련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방안 마련 ▷당의 문제점 집약과 당원 의견수렴을 통한 보완책 마련 등 3가지 쇄신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권파들은 전자투표로 결정된 중앙위원회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자 진보 진영은 통합진보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17일 오후 2시부터 개최되는 제9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지지 철회를 포함한 당과의 관계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 역시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촉구하는 등 통합진보당과의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한편 검찰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활빈단이 이달 1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당원 200여 명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나섰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14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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