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뿌려놓은 듯 진분홍 물결이 넘실넘실
봄에 피고 지는 수많은 꽃 중에서 계절의 여왕 5월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주인공은 철쭉이다. 5월이 되면 남녘에서 시작된 철쭉 물결이 훈풍을 타고 중부지방까지 북상하며 산야를 붉게 물들인다. 남도의 철쭉 명소 봉화산에 철쭉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려 다녀왔다. 마치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철쭉으로 봉화산은 붉게 타고 있었다.
◆철쭉과 사람이 하나 되는 곳
봉화산은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경상남도 함양군에 걸쳐 있다. 옛날 봉화를 피운 봉화대가 있어 봉화산으로 불리게 됐다. 봉화산 철쭉은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을 가로지르는 치재 능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봉화산이 철쭉 명소로 이름을 떨치게 된 이유는 봉화산 철쭉이 가진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우선 봉화산 철쭉은 키가 크다. 높이가 2m 정도여서 어른 키를 훌쩍 넘긴다. 철쭉 속에 파묻혀 철쭉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봉화산이다.
봉화산 철쭉 군락지로 오르는 등산로 가운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장수군 번암면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과 남원시 아영면에서 오르는 길이다. 기자는 흥부마을이 있는 아영면 코스를 택해 올랐다.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 아영면 코스의 출발 지점은 철쭉식당이다. 철쭉 군락지 바로 밑에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철쭉이 꽃을 피우는 5월 1일부터 20일까지는 차량 출입을 금하고 있어 철쭉식당 부근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10여 분 포장도로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포장도로를 올라가는 동안에는 "철쭉 명소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철쭉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하면 상황은 급변한다. 마치 숨어 있던 철쭉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듯, 눈앞에 철쭉이 넘실댄다. 봉화산 철쭉 군락지를 찾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와~" 하며 첫 번째 감탄사를 뿜어낸다.
하지만 봉화산 철쭉에 대한 감탄은 시작에 불과하다. 주차장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100여m 오르면 "우 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철쭉뿐이다. 말 그대로 철쭉 밭이어서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철쭉밖에 없다. 철쭉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장관에 등산객들은 할 말을 잃는다.
본격적인 봉화산 철쭉 산행은 매봉(712m) 전망대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시작된다. 오솔길은 키가 큰 철쭉나무 사이로 나 있어 꽃으로 장식된 낙원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연상시킨다. 오솔길에 들어서면 사람은 철쭉 속에 파묻혀 버린다. 사람이 철쭉이 되고 철쭉이 사람이 되는 황홀경이 연출된다.
오솔길은 어른 한 명이 지나갈 만큼 좁아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마주칠 경우 비켜서서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 기자가 찾은 시기, 봉화산 철쭉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 평일에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좁은 오솔길에서는 곳곳에서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하기보다 오히려 서로 인사를 하며 길을 양보하는 미덕을 즐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철쭉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아름답게 만든 셈이다.
철쭉에 묻히고 향기에 취해 완만한 오솔길을 10여 분 오르면 매봉전망대다. 전망대에 서서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 벌겋게 타오르고 있는 봉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름다움에 등산객들은 넋을 잃기 십상이다. 봉화산 철쭉은 선연한 붉은빛을 띤다. 그래서 봉화산 주변 사람들은 봉화산 철쭉이 지리산 바래봉 철쭉보다 더 곱고 화사하다고 말한다.
5월 중순 만개하는 봉화산 철쭉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도 시샘을 낼 만한 명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산길 흥부마을도 가볼만
봉화산 철쭉 군락지로 오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철쭉식당에서 출발하면 25분 정도면 매봉에 도착할 수 있다. 또 장수군 번암면 주차장에서도 30여 분이면 매봉에 오를 수 있다. 매봉에서 봉화산 정상(920m)으로 가려면 3.3㎞ 능선길을 따라가야 한다. 5월 봉화산을 찾은 사람은 대부분 철쭉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부분 매봉에 올라 철쭉을 감상하고 하산을 한다. 봉화산 철쭉 군락지 가는 길목에 있는 남원시 아영면 성리는 흥부가 형 놀부에게 쫓겨난 뒤 살았던 흥부마을로 알려져 있다. 흥부마을이지만 흥부에 관한 유적은 많지 않다. 흥부로 추정되는 인물의 묘가 있고 흥부가 집을 짓고 살았다는 집터와 흥부가 직접 팠다는 샘터의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대구에서 가려면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내려 아영 방면~번암'성리 방면으로 접어든 뒤 흥부마을을 지나면 철쭉식당이 나온다.
◆5월 하순 철쭉 산행은 이곳으로
봉화산 철쭉은 지난 주말이 절정이었다. 봉화산철쭉제도 12일 열렸다. 5월 하순 철쭉제가 열리는 곳은 황매산과 소백산이다. 황매산은 경남 산청과 합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정상 아래 황매평전이 유명한 철쭉 군락지다.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장관과 철쭉 군락지를 내려다볼 수 있어 철쭉이 필 때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합천 황매산철쭉제는 이달 12일부터 열려 25일까지 계속되며 산상음악회'연날리기'가훈써주기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소백산도 철쭉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연화봉에서 정상인 비로봉에 이르는 능선이 주요 철쭉 군락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백산 철쭉 군락이 줄고 있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 철쭉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영주 소백산철쭉제는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며 철쭉꽃길걷기'소백산산신제'죽령옛길걷기'홍삼엑기스 무료 시음회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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