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 칼럼]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서

2012년은 총선으로 시작해서 대선으로 끝나는 명실상부 선거의 해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경북의 27개 선거구를 독차지했다. 되돌아보면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변화에 대한 갈망이 거세게 불타올랐던 선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본 결과는 'TK서 새누리당 싹쓸이, 정치적 고립과 직결'이라는 안타까운 외침으로 맥없이 끝나고 말았다. 새누리당에 대한 지역 표심의 사랑은 막무가내였다.

'일당 독점 구조의 해소 및 경쟁을 통한 지역 체질 강화와 정치적 고립 탈피'라는 지역적, 국가적 당위성도 특정 당 지지 정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 과정에서 매일신문이 견지한 태도는 일면 언론사로서의 중심을 지키는 가운데 바람직한 전형을 보여주었다.

매일신문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언론사라고는 하지만 항상 그 근저에는 국가적인 이슈가 밑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또 그와 관련하여 국가와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여론 조성의 책임감을 늘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대구 일당 독점 박근혜 비대위원장 대선에 도움 안 된다'는 전직 시장의 쓴소리 보도는 새누리당 대세론에 굴하지 않고, 지역구도 해소만이 바람직한 정치 구도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지역민들에게 주지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낙하산 공천, 전략 공천, 돌려막기 등 새누리당의 오만'이라는 매일신문의 집중보도는 그런 면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바람직한 선거 풍토 조성에 도움을 주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묻지마식 선거에 맛 들인 정치인은 무사안일에 빠지게 되고, 객관적인 잣대를 토대로 한 공정한 경쟁은 사라진 채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중앙의 공천 권력에만 목을 매곤 한다. 그래서 '대구경북 1천 지식인 선언, 오피니언리더들의 고언도 먹혀들지 않는 계층 간 세대 간 소통 부재'라는 보도는 우려의 눈길로 선거판을 바라보는 양식 있는 지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대구의 사회적 자본, 역량의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끊임없이 경주되지 않고서는 대구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는 경고성 보도 역시 특정 당 지지 정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선거를 맞이하게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을 판가름 지을 수도 있는 새 대통령선거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매일신문은 다시금 지역대표 언론사로서의 무게 중심을 가다듬고 바람직한 지역 여론 형성에 앞장 서 가야 할 것이다.

먼저, 총선 이후 해이해지기 쉬운 대구경북 당선자들에게 지역현안을 잘 챙기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남부권 신공항문제, 경북 도청의 북부 이전, 전국 꼴찌 수준의 대구 살림살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당선자들이 대구의 미래가 걸린 현안들에 열정을 다할 수 있도록 매일신문 특유의 냉철함과 분석력으로 여론을 형성해주기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역할론을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부산은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에 40.1%의 지지를 보내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 호남 지역은 전통적인 취약지역이라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남다른 공을 들여야 하는 곳이다. 이처럼 부산과 호남이 나름의 지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반면 대구경북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구경북에서 당선된 선량들이 국가와 지역의 균형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얻어낼 것은 얻어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역할 역시 영남지역 대표언론인 매일신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무성한 말의 잔치가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부와 지역 정치인들이 각성하도록 독려하는, 그런 선도적 역할을 지역대표언론인 매일신문이 해 주길 기대한다.

우성대/매일신문 독자위원장·경구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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