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타운 지정 신암동, 언제까지 '헌동네'로…

재정비촉진지구 6년째, 경기침체로 시공사 외면…10곳 조합 구성조차 못해

'뉴타운 사업' 지역인 대구 동구 신암동 일대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에 진척이 없고 개발예정지로 묶여 생활에 온갖 불편을 겪고 있다. 신암동에 수년 전 불이 난 한 가옥이 방치돼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깨끗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산산이 깨지고 있습니다. 뉴타운 개발사업이 가물가물해지고 도심정비에서 제외돼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도심정비 제외 큰 불편

14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1동 뜨란채 아파트 뒤편 주택가 이면도로. 인도블록 곳곳이 깨졌거나 바닥으로 꺼져 주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인도블록이 꺼진 곳에 물이 고여 조금만 걸어도 신발이 흠뻑 젖고 골목길의 빗물과 하수관에서 역류하는 오'폐수가 섞이면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

한 주민은 "인도블록이 꺼지거나 파헤쳐져 밤에는 사고가 날 수 있고 듬성듬성 설치된 가로등도 거리가 먼 탓에 어두컴컴해 밤에는 외출하기가 겁나지만 구청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동구 신암동 일대가 뉴타운 사업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에 진척이 없고, 도심정비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면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뉴타운 지정 이후 도시가스 공급도 막히고 있다. 저소득층 주민들은 가격이 싼 도시가스 공급을 원하고 있지만 도시가스 공급자 측은 개발 예정지라는 이유로 공급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고유가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기름 보일러를 사용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주민 김모(57) 씨는 "최근 불편을 견디다 못해 정화조 공사를 새로 했다"며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당장 개발이 될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와 구청은 기반시설 설치나 기금지원 등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지부진한 뉴타운 사업

신암 1'4동 일대(108만5천㎡)는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결정되면서 뉴타운 사업이 시작됐다. 동구청은 주택 밀집 지역인 이곳을 10개 지역으로 나눠 2020년까지 1만3천여 가구, 3만1천여 명이 사는 친환경주거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암 뉴타운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선정된 지 6년째 접어들지만, 전체 구역 중 조합이 구성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현재 구역별로 조합 설립의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뉴타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형 위주인 뉴타운 사업에 뛰어들 시공사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암동 뉴타운 10개 지구 가운데 시공사가 확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자체가 개발 계획을 짜기 때문에 사업성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 수익성을 높이기가 힘든 것도 한 요인이다. 신암 뉴타운의 경우 60~85㎡ 중소형 주택을 60% 이상 공급하고 임대주택도 8.5% 조성해야 하는 탓이다.

주민 조모(67'여) 씨는 "2007년 신암동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된 이후,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며 "대구시가 시장 공약이라며 장밋빛 허상만 심어놓고 사실상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도로기반 공사가 끝나고 대구기상대 이전 및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사업성이 높아져 뉴타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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