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대구단편영화제, 이제는 외연을 확장할 때

지역 유일의 전국 경쟁 영화제인 대구단편영화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이한다. 우선 본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영화제에 대한 제언을 주제 넘게 칼럼으로 다루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몇 번인가를 망설였음을 고백한다. 한편으로 영화제의 창립을 주도하고 나름 청춘을 바치며 사무국을 지켰던 초기 멤버로서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영화제가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 역시 사실이다.

우선 작품의 상영 대상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초기에 상영작을 단편으로 국한한 것은 당시 국내 독립영화제들의 경향이 무분별한 확장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문제점은 한 해 생산되는 독립장편영화의 편수 자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들을 다수 초청하는가 하면 규모를 국제로 확대하기 위해 준비가 부족하면서도 해외경쟁작들이나 초청작들을 수용해 백화점식의 개성 없는 영화제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데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단편영화제는 독립영화제의 순수성과 작가집단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대다수가 처음 상영되는 소수의 경쟁작에 대한 스포트라이트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뒤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천문학적인 상금으로 그해 최신 단편영화들을 흡수하다시피 하는 대기업 중심의 단편영화제들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한 해 제작되는 독립장편영화의 숫자가 100여 편에 이르고 있다. 또한, 국내 메이저 국제영화제들은 구색 갖추기로 상영되던 단편영화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전통 있는 단편영화제들은 국제단편영화제로의 변모를 시도해 안착하고 있다. 그 결과 영화제 초기 여러 가지 논쟁 속에서도 주목받던 대구단편영화제의 차별화 전략은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역발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히려 독립장편영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제는 신선함을 되찾는 것은 물론 장편영화의 개봉을 촉진하는 쇼케이스의 장을 여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는 국제영화제로의 확대 가능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제단편영화제의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는 있지만, 프로그래머의 성향에 따라 결국 아시아, 유럽 등 특정지역의 작품들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프로그램이 편중되는 성격이 있다. 그에 비해 작품 수급을 위해 가동해야 할 채널은 광범위하기에 과도한 행정업무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한다면 상영작의 수급에 관한 부담이 적은 만큼 보다 집중되고 엄선된 작품의 초청이 가능하다. 영화제의 예산 확대를 위해서는 국제영화제로의 전환 역시 필요과제이기 때문에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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