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목포 젖갈집-임동확

입맛이 없을 때면 들르고 하던 목포 젖갈집 고집쟁이 아짐은, 젖갈이 아니라 젓갈이라고 해도 한사코 그 가게 이름을 고치지 않았는데요

하루는 목포 특산물이라는 갈치젓을 사갖고 나오는 나의 등 뒤에서 가만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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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먼 소용이당가. 맛만 조으면 그만이제."

"바다에 나는 젖이 젓갈인께 그나저나 마찬가지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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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난 민물새우 토하젓은 들판의 젖이고, 짭쪼롬한 추자도 멸치젓은 바다의 젖이라는 생각에 이제 더 이상 맞춤법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그 젓갈에 밥 비벼먹을 때마다 난 그 속에 스며있는 엄마의 달콤하면서 비릿한 젖맛에 문득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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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인 시선으로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짚어나가는 임동확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번에 시인은 맞춤법이 틀린 가게 이름을 통해 규범의 문제를 돌아보고 있네요.

'목포 젖갈집'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임에 틀림없지요. '젓갈'이 옳은 표기이니까요. 그러나 '바다에 나는 젖'이 젓갈이라는 아주머니의 말을 단순한 재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지요. 맞춤법은 언어의 문제일 뿐, 그것이 삶을 장악할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글을 처음 쓰는 학생들은 맞춤법 때문에 글쓰기를 두려워합니다. 사소한 규범 때문에 표현 욕구가 억압되는 거지요. 어떤 규범이든 삶을 옥죌 때 악법이 됩니다. 삶의 문법에 맞춰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주머니에게 간판의 맞춤법 한 군데 틀린 것 정도야 애교가 아닐까요.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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