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장 가득 서늘한 솔내음, 바람소리…

장이규 전시회 수성아트피아 20일까지

▲장이규 작
▲장이규 작 '송림'

# 오랫동안 천착해 온 '녹색' 소나무 통해 다양한 시도 "풍경은 내 심상의 표현"

장이규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 자락 청명한 바람이 분다. 눈밭을 지나 소나무를 휘감아 지나온 바람은 서늘하다. 온통 소나무에 둘러싸인 전시장은 관람객을 깊은 산 속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장이규는 한 해 서너 차례의 전시회를 치러낼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다. 동시에 그만큼 작품에 쏟아붓는 시간과 열정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계명대 미술대학 교수가 된 뒤에도 작업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녹색'을 주제로 한 그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소나무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녹색 화가'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녹색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했어요. 그 녹색의 다양한 변화를 표현하기에 소나무라는 소재가 적합했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니 아예 소나무 작가로 불립니다."

그의 그림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풍경과는 다르다. 구도와 색채 모두 작가의 마음 속에 그려진 풍경이다. 그는 현장의 실제 색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구사한다. 이것은 오랜 스케치여행을 다니며 터득한 자연의 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마치 '사실'처럼 느껴진다.

풍경을 그리는 수많은 작가 중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갖기 위해 연구한 것이 '녹색'과 '시선을 낮춰 풍경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이 두 가지를 위해 오랫동안 연구와 실험을 거쳤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나날이 현란하게 발전하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움'이 각광받는 요즘, 미술의 미래는 무엇일까.

"천재적인 화가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 어떤 것이든 마음 속의 심성을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형체를 그리든, 형체 아닌 것을 그리든 말이죠. 마음속의 심상을 그려내려는 그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술가만의 영역을 고집한다. 일반인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성스러운 영역, 그것이 붓을 든 예술가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뛰어난 기교를 보이는 구상미술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강점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녹색 대부분은 청회색이 부각되었어요. 전체적으로 차분해진 이유죠. 앞으로 제 그림에서 내용이 더 단순해질 것 같아요. 색채도 마찬가지죠. 아마 다음 전시에는 세련된 정물화를 대거 선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작가의 왕성한 실험은 끝이 없다.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및 멀티아트홀에서 열리는 장이규의 전시는 20일까지 열린다.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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