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3만여 관중의 환호 속에 16일 오후 6시 55분부터 2시간 가까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한국선수들의 기량이 너무 처져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실속 없는 국제대회가 됐다. 하지만 8회째를 맞아 대회기록 6개(3개 종목)와 올 시즌 세계최고기록 2개, 한국기록 1개가 수립되고, 여러 종목에서 라이벌 대결이 펼쳐지는 등 전체적으로 대회의 질은 좋아졌다.
◆세계 챔피언 '2명은 웃고, 3명은 체면 구겨'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5명 중 카멜리타 지터(미국)와 키러니 제임스(그라나다)만 웃었다. 지터는 여자 100m에서 11초1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회 4연패를 달성했지만 자신이 2009년 세운 대회 기록(10초83)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임스는 남자 400m에서 독보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44초72의 대회기록(올 시즌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반면 남자 110m 허들의 제이슨 리차드슨(미국), 여자 해머던지기의 타티아나 리센코(러시아), 남자 창던지기의 데 초르도는 체면을 구겼다. 리차드슨은 팀 동료 에리어스 메리트와 데이비드 올리버에 밀려 3위에 머물렀고, 리센코는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맞수 베티 하이들러(독일)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1~3위를 차지한 하이들러와 리센코, 장원슈는 모두 대회기록을 수립했다. 데 초르도는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며 4위를 차지했다.
◆남자 800m 다크호스 등장
이날 최고의 빅 매치는 남자 800m였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남자 800m에서는 대회기록 2개와 올 시즌 세계최고기록이 수립됐다. 주인공은 에티오피아의 18세 신예 모하메드 아만이었다. 그는 1분43초51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하며 대회기록(종전 1분45초09)과 올 시즌 세계최고기록(1분44초33)을 모두 바꿨다. 2위를 한 케냐의 레오나드 코센차(1분44초74)도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
아만은 300m를 남기고 선두로 나간 후 코센차의 거센 추격을 끝까지 뿌리치는 무서운 힘을 과시했다.
◆갈길 먼 한국 육상
한국 육상은 16개 종목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는 등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 나선 40여 명의 한국 선수들은 하나 같이 순위표 맨 뒤에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한 대회라고 하더라도 기량 차이가 너무 커 관중들의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간판선수 격인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은 5위에 머물렀고, 런던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해 기록 단축에 나선 남자 1,600m 계주 팀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다만 강나루(익산시청)가 여자 해머던지기 4차 시기에서 63m80을 던져 자신의 한국기록(종전 63m53)을 경신해 육상 관계자들에게 위안을 줬다. 남자 높이뛰기의 기대주 윤승현(대구체고)은 자신의 최고기록인 2m10을 뛰어 넘는데 만족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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