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원, 대구엑스코, 경북테크노파크, 대구테크노파크 등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지고 있는 지역 출자'출연 기관들의 비리는 막강한 예산 집행 권한에 비해 관리 감독은 소홀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나랏돈을 주무르지만 감사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시와 도는 뒤늦게 출자'출연 기관들에 대한 감사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보다 강력한 감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랏돈은 눈먼 돈
대구경북에는 대구 10개, 경북 24개의 출자'출연 기관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일정 지분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들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시와 도로부터 매년 30억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해외연수비를 멋대로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국'시비 892억원을 투입한 대구엑스코 확장 공사에서는 입찰 과정에서 엑스코 임직원과 공사 업체 사이에 돈이 오갔다.
자본금 876억원(출자 및 출연금) 중 대구시가 260억원을 출연한 대구테크노파크와 617억원 중 경상북도가 273억원을 투입한 경북테크노파크는 사업비와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양대 테크노파크는 시와 도로부터 운영비를 따로 지원받고 매년 수백억원의 연구 용역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감사 사각지대
시와 도, 행정기관들은 이들 4개 기관에 시민 혈세를 쏟아붓고도 '부정, 부패, 비리' 의혹은 까맣게 몰랐다.
내부 관계자들은 "제보를 통한 수사 기관 조사가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며 "지금의 형식적 감사 시스템으로는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고 털어놨다.
비리 의혹이 터진 4개 기관뿐 아니라 상당수 출자'출연 기관들이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 시'도의회는 매년 지역 출자'출연 기관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이고 있지만 매번 형식에 그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한계가 있는데다 시'도 의원들에게 전문 감사 조직 역량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시와 도 행정기관 역시 출자'출연 기관 감사에 소홀하다. 담당 부서가 보조금 사용 내역을 지도'점검하고 있지만 무늬만 감사에 그치기 일쑤다. 엑스코가 대표적 사례. 검찰 수사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4명의 임직원이 구속됐지만 시 담당 부서가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출자'출연 기관들도 부지기수다. 시와 도 또는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공동 출연'출자한 기관들은 감사 중복 등을 이유로 감사 활동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감사 시스템 강화
대구시는 뒤늦게 10개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전면 감사를 결정했다. 내년까지 대구경북연구원, 엑스코,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대구신용보증재단, 대구문화재단, 교통연수원, 대구경북디자인센터, 한국한방산업진흥원, 청소년종합지원센터 등에 대한 감사에 돌입한다. 중점 감사 내용은 자금 운용 내역과 함께 능률성'효과성'효율성'적정성 등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뒤늦은 전면 감사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는 서울시가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7개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감사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전담 부서는 서울시 보조금을 받는 1천252개 단체에 대한 감사도 병행한다.
서울시는 신설 전담부서를 '감사2담당관'으로 3팀 체제로 운영하고, 기존 3년이었던 출자'출연 기관에 대한 행정감사 주기도 2년으로 단축해 감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그간 폐쇄적이었던 감사의 모든 과정에 시민참여를 확대했다. 법률'회계'세무'감사 전문 민간인 7~10명으로 '시민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감사 기본계획 수립과 징계요구, 변상 명령 등 주요 감사결과를 심의'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구시의회 권기일 의원은 "대구 역시 출자'출연 기관에 대한 감사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며 "서울시 사례나 외부 감사 도입 등을 비롯한 다양한 감사 강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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