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108) (사)대구문화유산 직원들-한정식 '해밥달밥'

종가음식 현대인 입맛 맞춰 "고향의 맛 그대로"

요즘 '대구에서 가장 맛있는 밥집 좀 알려 달라'는 연락이 종종 온다. 맘에 담아 둔 집이 몇 곳 있긴 하지만 추천하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데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있다. 주인의 인품이다. 음식에 대한 기본철학이 있어야 한다. 음식점 취재를 해오면서 얻은 경험이다. '해밥달밥' 주인의 마음도 아름답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맞은편에 있는 한정식 '해밥달밥'. 마치 동화 같은 이름이다. 바깥 풍경도 멋스럽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더욱 품격이 느껴진다. 넓은 홀은 격자 문양과 원목 식탁으로 멋을 냈다. 방도 순수 한옥식이다. 두툼한 방석에 앉으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정감이 솟는다.

(사)대구문화유산 허동정 대표는 이 음식점의 오랜 단골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음식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곧 음식상이 차려진다. 낮에는 점심특선도 있지만, 오늘은 '모꼬지' 상차림이다. 이 음식점 대표 김홍기'김은주 씨 부부는 "종가의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조리한 고향 집 같은 그리움을 주는 음식상"이라고 설명한다.

먼저 호박죽으로 입맛을 돋운다. 그 사이 두릅, 부침개, 돼지고기 수육, 단호박, 모둠버섯 탕수육, 샐러드, 돼지고기 더덕말이, 황태찜, 송이 갈비 등이 큰 상을 가득 채운다. 풍성한 음식상에 눈과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물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종류다. 김홍기 대표가 망태기를 둘러메고 영양군 수비면 등지의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이다. 김 대표는 "최고의 음식은 최고의 재료에서 나온다"고 소개한다.

곤드레나물은 영월, 새발나물과 방풍나물은 서해와 동해의 산, 능이버섯은 영양군 수비면, 황태는 미시령에서 구해온다. 김 대표가 귀하게 구한 능이와 송이버섯, 뽕잎, 톳, 곤드레나물 등의 음식재료는 팔공산에 있는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연중 내내 손님상에 선보인다.

대구문화유산 허동정 대표는 "송이 갈비찜에 든 자연산 송이가 제철처럼 진한 향기를 낸다"며 "모든 음식이 건강식이라 중요한 손님을 모실 때 꼭 이곳으로 안내한다"고 말한다. 모두들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한 후 음식 맛보기를 시작한다.

신현용 순찰보수팀장은 "직원들에게 늘 인기 있는 집"이라며 "음식 하나하나가 입에 딱 맞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집"이라고 평가한다. 윤미숙 문화재조사원은 "모든 음식이 특별한 맛을 내기 때문에 맛을 음미하다 보면 과식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은 황홀해진다"고 소감을 말한다. 이성희 조사원도 "더덕과 산나물 등 모든 음식이 고향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라 정겹다"며 "가족과 친구모임으로 정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나인호 조사원은 "영광 출신이라 음식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이 집 음식은 대구를 대표할 만하다"고 평한다. 이성욱 조사원은 "평소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편인데 해밥달밥에 오는 날은 횡재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요리를 맛본 후 식사상이 나온다. 오늘은 '뽕잎 돌솥밥'이다. 돌솥밥 특유의 구수한 냄새와 함께 상큼한 뽕잎 냄새가 식욕을 부추긴다. 해밥달밥 김은주 대표는 "뽕잎의 새순으로 지은 밥은 부드럽고 영양이 높아 최고의 웰빙식품"이라고 설명한다. 뽕잎 밥에다 다양한 나물을 더해 쓱쓱 비빔밥을 만든 후 고소한 참나물과 상큼한 방풍나물 겉절이를 곁들이면 최고의 맛이 탄생한다.

김은주 대표가 직접 음식 맛을 낸다. 시댁과 친정이 모두 종갓집이라 음식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다. "늘 친정어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자라 음식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최근엔 사찰 음식을 공부해 메뉴에 접목시키고 있다.

점심특선 '다올상'은 1만2천원. 돌솥밥은 곤드레, 뽕잎, 영양, 톳밥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요리는 '해가빛상' 2만원, '모꼬지상' 3만5천원이다. '고시상'(5만원)은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한다. 매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예약은 053)629-0011.

##추천 메뉴-한방오리 삼겹살 수육

백자 그릇에 얹은 삼겹살 수육 씹을수록 깊은 맛

백자 그릇에 쌈배추 잎을 살짝 깔고, 그 위에 삼겹살 수육을 얹었다. 하얀 속살을 보인 더덕의 향과 고추장에 버무린 새발나물 무침, 노란 소스와 함께한 양파 등 곁 반찬이 입맛을 부추긴다. 삼겹살 수육 옆에 한방오리 훈제를 배열해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삼겹살 수육은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깊어진다. 20여 가지의 음식이 상위에 가득하지만, 가장 먼저 손길이 가는 음식이다. 김은주 대표는 "새발나물과 방풍나물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손님상에 올린 나물"이라며 "자연산 나물이라 함께하면 음식 맛이 배가 된다"고 설명한다.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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