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물병원에 코카스패니얼 혼합종인 유기견 한 마리가 구조되어 온 적이 있다. 오랜 바깥생활로 인해 살이 빠져 갈비뼈가 앙상하게 보일 정도였는데 우리 병원 수의사가 건강검진을 하던 중 혈뇨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비뇨생식기계 질환이거나 심장사상충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방사선 촬영, 혈액검사를 했다. 예상대로 심장사상충에 감염이 되어서 심한 기침, 빈혈과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혈뇨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이다. 1990년 초 미국에서 연수를 하던 당시 미국에서 사상충 감염률이 심각한 상태라 사상충 검사 및 치료로 병원들이 아주 분주했다. 귀국 후인 1995년 어느 날 봉덕동 미군부대 주변에서 온 비글종이 체중이 빠지고 침울하며 기침을 한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해보니 심장사상충에 감염이 된 것으로 진단됐다. 그 당시 이 비글종의 주인은 외국인이었다. 이때부터 대구에서도 심장사상충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모기의 활동 반경은 대략 4㎞인데 1년 동안 감염된 개체 수를 대구 지도에 표시해보니 신천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4㎞ 정도 반경 안으로 번지는 형태를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모기에 의해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심장사상충이 번지게 된 데는 분명 공항 검역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감염된 개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되거나 주인이 입국할 때 데리고 온 개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대구지역 반려견 중에 실내견은 20% 정도다. 실외견의 40% 정도가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장사상충이란 것은 보호자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사전에 방지가 가능한 질병이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며,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반려견의 심장사상충 예방을 하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즉 감염이 없는 경우에만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감염이 된 상태에서 이를 모르고 일부 예방약을 투여할 시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를 맞았다. 반려견들의 심장사상충 예방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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