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희곡의 언어

작가의 세계관 담은 작품 표현 장치…해설'지문'대사

관객이 보는 연극은 무대, 조명, 음향, 의상 등과 어우러져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가 보는 연극, 즉 희곡은 오직 언어로만 구성된 것이다. 그 희곡의 언어가 바로 '해설' '지문' '대사'이고, 작가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그 언어들을 살아있는 그림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연극인 셈이다. 그러므로 연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희곡을 이해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희곡을 구성하고 있는 희곡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희곡의 모든 언어들은 작품을 표현하는 장치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언어들이 작품에서 맡은 역할과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먼저, 해설은 희곡의 제목이 나온 다음에 맨 처음에 나오는 부분으로 작품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에 작품의 시간적'공간적 배경, 등장인물, 무대장치 등을 설명하는 글이다. 이는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제공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제작진들에게도 해설은 똑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배우들은 작가가 쓴 해설을 보고 자신이 맡은 배역이 남자인지 혹은 여자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며 어느 시대 사람인지 등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무대제작자는 어떤 무대를 만들어야 하며 어떤 장치를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계획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사항들은 연극제작 전반을 지휘하고 감독하게 될 연출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연출가에게 작품의 기본적인 정보와 연출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결국 해설이다.

다음으로, 무대지시문을 의미하는 '지문'이 있는데, 이는 등장인물의 움직임이나 얼굴표정, 심리상태를 포함해 조명이나 음향, 장소의 변화 등을 나타내는 글이다. 이 글은 바탕글이라고도 부르며 현재형으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다. 무대 위의 현재상황과 배우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글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문은 작품의 창작연대나 내용, 작가의 성향 등에 따라서 그 분량이나 구체적 지시 내용 등에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연출가 출신의 작가나 작가 자신이 직접 연출하려고 쓴 작품은 지문 분량이 적고 지시하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작가가 곧 연출가이므로 굳이 글로 배우나 스태프에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습과정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품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작가들은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친절하게 지문을 작성하는 편이다. 심지어 연출노트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배우의 움직임을 꼼꼼히 지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경우나 장단점은 있다.

마지막으로 희곡의 언어 중에서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는 다른 문학형식과 구분되는 희곡의 중요한 특징으로 희곡의 언어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작품의 플롯, 사건, 인물 등을 설명하는 핵심요소이다. 또한 연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지닌 가장 중요한 표현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사가 있고 없고는 매우 중요하다. '무언극' '마임' '넌버벌' 등의 개념은 모두 대사를 기준으로 생겨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대사는 그 역할이 중요한 만큼 더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하며 각각의 역할과 의미도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대사는 등장인물 중 두 사람 이상이 주고받는 '대화'이다. 물론 희곡의 대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큰 의미가 없는 말과는 달리 인물의 성격이나 정보, 사건, 주제 등 작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야기나 플롯을 진행시켜야 하며 꼭 필요한 내용을 집중시켜야 한다. 반면에 '독백'은 등장인물이 상대방 없이 혼자서 하는 말로 그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상태 등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관객만 듣고 상대방은 듣지 못한다고 약속하는 '방백'이 있다. 이 대사는 일반적으로 독백보다는 길이가 짧은 편이다. 최근에는 배우가 관객에게 직접 무엇인가 묻는 등의 형태로 많이 등장하곤 한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겠지만 연극의 수많은 약속 중에서 하나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연극의 많은 요소들이 그렇듯이 희곡의 언어 또한 결국은 약속이며, 희곡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연극의 약속을 더 많이 이해해 연극의 재미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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