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희는 까마귀, 우린 백로…" 통합진보당 내분 격화

민주 야권연대 회의론 부각

통합진보당 내분사태가 야권연대의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불거진 선거부정, 폭력사태, 계파갈등, 명분 없는 버티기 등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음에 따라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일 현재까지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공조유지'다. 하지만 수면 아래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연대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국민적 실망감과 피로도가 높고 당내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야권연대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일단 야권연대의 틀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일부에서는 국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후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일련의 상황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했지만 민주당 내부의 '야권연대 재검토'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강 비대위원장은 박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저희들이 좋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스스로 물밑으로 빠져 들어가는 그런 형국이 돼 죄송하다"며 "빨리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서 정권교체의 역할을 크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은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 스스로 어두워지는 기분"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달한 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야권공조를 해야 하느냐란 압력을 제가 많이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합진보당과 야권 단일화로 연합과 연대를 계속해야 할지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했던 4'11 총선 전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 야권연대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냉소적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한길 당선자는 17일 TV토론회에서 "지금의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새로운 야권연대의 재구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4월 중순 '4'11 총선 평가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총선 야권연대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유권자를 '정치적 볼모'로 삼아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당 지도부가 야권연대 필승론을 맹신해 '야권연대=총선승리'라는 등식에 도취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분석에 공감을 표시하는 당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야권연대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정권 재창출이라는 야권의 목표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건강한 상대와 힘을 합치는 것이 순리이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