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종, 조금만 잘되면 서울로…빈자리엔 서울업체 넘쳐난다

[지역사랑, 지역소비] ② 토종 프랜차이즈 육성(상)

프랜차이즈가 강했던 대구경북에 최근 토종 프랜차이즈 수가 크게 줄고 있다. 토종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사업을 통한 수익을 지역으로 끌어오고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프랜차이즈가 강했던 대구경북에 최근 토종 프랜차이즈 수가 크게 줄고 있다. 토종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사업을 통한 수익을 지역으로 끌어오고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잘 키운 프랜차이즈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교촌치킨, 장원교육, 떡보의 하루.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이들 프랜차이즈의 본사는 대구경북이다.

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은 고용 창출, 지역 제품 소비 등으로 상당한 경제 효과를 유발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지역에 있으면 그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토종 프랜차이즈가 눈에 띄게 줄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차지하고 있다.

◆토종프랜차이즈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지역 토종 프랜차이즈들은 지역으로 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구조는 가맹비, 광고분담금, 보증금, 인테리어비, 초도물품비 등과 함께 가맹점에 상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고 받는 대금 등으로 구성된다. 전국으로 진출하는 프랜차이즈들은 이런 수익을 지역으로 유입시키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제품을 사용하면서 지역 소비 기여도도 높다.

나드리외식이 운영하는 '나드리김밥천국'의 경우 로컬푸드를 이용해 지역 내 소비도 창출하고 있다. 전국 220여 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나드리김밥천국에 공급되는 소스 등 식재료는 경산 남천면에서 재배된 식자재로 만들어진다. 강원, 전남, 부산 등 외지의 100여 개 매장에도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제공한다.

나드리외식은 올 8월 로컬푸드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외식 프랜차이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나드리외식은 "경북농민사관학교와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농산물을 외식 프랜차이즈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로컬푸드 프랜차이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과일가게인 '아지야과일가게'도 대구경북 지역 농산물을 위주로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지야과일가게는 성주, 의성, 청송, 청도 등지에서 산지 직거래를 통해 50%의 물량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매천시장, 칠성시장 등 지역 내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아지야과일가게 김봉균 대표는 "경북지역 농가들과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지역 농산물을 가맹점에 공급한다"며 "현재 대구지역 14개 매장이 지역에서 재배되거나 지역 시장을 거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가 강했던 대구, 지금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2012년 가맹산업 시장 규모는 100조원으로, 종사자 수는 140만 명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0%에 육박하고, 지난해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본부는 2천405개다.

대구경북의 경우 217개의 가맹본부가 등록돼 있다. 전국 프랜차이즈의 9% 정도가 대구경북에 본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2009년 300여 개 업체가 지역에서 가맹 본부를 운영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30%가량 줄었다. 당시 전국의 프랜차이즈는 1천330여 개로 대구경북이 전체의 22.5%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라진 지역 프랜차이즈들은 폐업한 경우도 많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외지로 본사를 옮기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 가맹점을 두고 있어 대구를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으로 불릴 수 있게 했던 치킨과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상당수는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겼다. 전국 70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멕시카나치킨은 2004년 서울로 본사를 옮겼고, 대구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을 물리치고 커피전문점 맹주로 자리 잡은 다빈치커피도 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영세 프랜차이즈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업을 접은 경우가 많다"며 "대구경북에서 성장한 프랜차이즈가 전국망 확대를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 많던 프랜차이즈는 어디로 갔을까

골목상권에서 지역 토종 프랜차이즈가 사라지고 있다. 토종 프랜차이즈가 사라진 자리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대신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던 커피전문점 시장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카페네베 등 대형 커피업체나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들이 지난해부터 대구지역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2011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12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현재 대구지역의 스타벅스 매장은 총 18개다.

대구 커피시장 1위인 다빈치 커피는 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그나마 '슬립리스인시애틀'(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핸즈커피' '커피명가' 등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건재하고 새롭게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성공한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양적으로 줄었지만 질적으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업체들이나 프랜차이즈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대구가톨릭대 임현철 교수는 "치킨이나 커피 외에도 외식업체들은 제품 자체는 대형 프랜차이즈 못지않게 우수하지만 서비스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며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교육을 통한 CEO들의 마인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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