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오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앞 대로변. 점심 시간이 되면서 몇몇 가게 앞에 빼곡히 사람이 모였다. 이곳은 대구의 대표적인 매운 먹을거리인 황제떡볶이와 짬뽕집 등이 몰려 있는 곳.
황제떡볶이 김애자(57'여) 대표는 "최근 들어 순한 맛과 중간 맛보다 매운맛 떡볶이를 주문하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인근의 짬뽕집 역시"지난해 말부터 손님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까지 손님들이 몰려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유통가에도 매운 맛 열풍이 거세다.
대형마트에는 매운 맛을 강조하는 식자재나 가공식품들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캅사이신 성분이 뇌신경을 자극,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불황으로 짜증이 늘수록 매운 음식을 찾는 빈도가 잦다는 것
이마트가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카레'고추장'과자 상품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매운 맛 매출 비중이 급증했다. 카레 PB(자체브랜드) 상품에서 순한 맛과 매운 맛 비중은 25대 4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대 35였던 것에 비해 매운 맛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 매운 맛을 4단계로 구분해 판매하는 이마트 고추장 PB제품에서도 매운 맛과 무진장 매운 맛의 매출 비율은 작년에는 21대 48이었으나 올해는 4대 91을 기록했다. 과자류도 매운 새우깡과 양파링 매운 맛, 떡볶이연구소(매운 맛'무진장 매운 맛) 등 매운 맛을 강조한 상품 매출이 217.9%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양고추 매출도 크게 늘었다.
전체 고추 매출에서 청양고추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이는 매출 2위와 3위를 차지한 풋고추와 오이맛 고추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며 매출이 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청양고추의 매출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라면업계는 신(辛)들의 전쟁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이 매운 라면의 아성을 허물고 1위에 등극했으나 지금은 다시 농심 신라면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에선 앞 다퉈 매운 라면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매운 맛을 강조한'고추비빔면'과 청양고추보다 2, 3배 맵다는 하늘초 고추로 강한 매운 맛을 낸 '진짜진짜' 라면을 선보였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맛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운 맛 선호 현상은 가공식품이나 음식뿐 아니라 식자재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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