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출신 80학번 동기들, 이색 '홈커밍 데이'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母校서 '인생 2막' 함께 고민

"일반적인 홈커밍데이와 달리 지난 30년 세월을 되돌아보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경북대 80학번들이 이색적인 홈커밍데이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대 80학번 홈커밍데이 준비위원회는 19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북대 글로벌센터 2층에서 모교 방문행사를 갖는다. 지금까지 단대별 홈커밍데이는 있었지만 총동창회,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한 행사는 경북대 역사 5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준비위는 행사를 색다르게 준비했다. '홈커밍데이에 투영된 베이비 부머들의 쓸쓸한 자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축제성 홈커밍데이와는 달리 지난날을 회고해 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리로 행사를 준비했다. 수십 년 만에 만나 축제 분위기 속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정년을 앞둔 50대 '베이비 부머'들의 불안한 미래와 몸부림이 투영된 것이 특징.

이벤트성 행사는 되도록 배제했다. 홈커밍데이에서 흔한 레크리에이션이나 장기자랑. 체육대회도 없고, 떠들썩하거나 화려한 공연도 없다. 모교 후배 성악가를 초청해 축가를 한 곡조 부르고 조촐한 막걸리 파티가 고작이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여느 홈커밍데이와는 다르고 알차다. 우선 행사장 입구에는 50대의 고민을 반영한 8개의 특별부스를 만든다. 건강을 걱정해야 할 나이인 만큼 '2080 치아교실', 관절 질환과 골다공증 등을 상담하는 '닥터 뼈 교실', 불안한 미래를 재미로 보는 역학 '80 주역 교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귀농 귀촌 교실'과 재테크 '당신의 돈은 안전합니까' 등 분야별로 재미있는 부스가 꾸며진다.

본 행사도 신선하다. 각종 사연을 가진 4명의 동문들이 공감 토크쇼를 한다. 금융위기 때 느꼈던 낭패감, 취업과 결혼, 자녀 문제 등 고비마다 겪은 희로애락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살아온 3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축사와 격려 영상도 학창 시절 복사집 사장님, 당구장 아저씨 등 추억 어린 인물들이 등장해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위현복 준비위원장은 "이벤트성 행사, 축제의 설렘보다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행사를 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잘난 사람 중심의 사교 모임이 아닌 평범한 50대, 우리들의 얘기를 나눌 자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는 1980년대 민주화, 경제 발전 등에 기여한 자부심과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불안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0학번만의 홈커밍 데이'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됐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동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며 얘기를 나누다 80년대 학번이 사라지기 전에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승익 홍보위원장은 "80학번은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달려오기만 한 세대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허망함을 느꼈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아직 현역에 있을 때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모교와 후배를 위한 새로운 교풍을 만드는 데 이번 홈커밍데이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준비위는 후배 장학금 등 대학발전기금 1억원 기탁 약정서를 작성해 학교 측에 전달하고 모금 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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