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마음의 책] 군웅할거 춘추시대, 최선의 병법은 '부전승'

소설 손자병법

'지피지기 백전무태'(知彼知己 白戰無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흔히 우리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으로 많이 알고 있다. 이 말은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 접하게 된다. 이 말이 나오는 책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소설부터 만화, 경영지침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의 대표작이다.

필자는 최근 작가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 1~4권'을 접했다. 소설은 1~3권이고 마지막 4권은 병법에 관해 해설해놓았다.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은 출간 후 3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손자병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만난 소설 손자병법은 198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으나 절판된 책을 2002년 새로운 편집형태로 다시 낸 개정판이다. 오래 전부터 읽는다는 것이 이제서야 겨우 잡게 됐다.

뒤늦게 접한 '소설 손자병법'은 삼국지와 초한지 등과는 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주었다. 특히 와신상담(臥薪嘗膽'섶에 누워 쓸개를 씹는다)으로 대변되는 오나라 부차와 월나라 구천의 복수극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한편으로는 성공을 위해서 비굴해지기도 하고 잠깐의 굴욕은 기꺼이 참아야 한다는 삶의 지침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의 가장 뛰어난 병법가로 평가받는 손무와 그의 벗인 오자서, 손무의 손자로 나오는 손빈(실제 역사에서는 손빈이 손무의 손자라는 것이 불명확함) 등이 중심이 돼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면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애독되는 이유는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살아가는 데 다양한 인생 지침을 주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에 할거했던 수많은 영웅호걸을 등장시켜 그들 사이에 일어났던 무궁무진한 권모술수와 파란만장했던 전쟁들을 다채롭게 엮어놓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을 책임지거나 중책을 맡은 이들에게는 경영학의 지침으로, 직장인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처세학 교과서로 손색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손자병법하면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손자병법의 가장 큰 가르침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전쟁을 치르게 되면 어떻게든 당사자 간에 고통과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전쟁 없이 외교로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하고 있다. 손자병법에는 다양한 전쟁이 나오지만 전쟁을 피하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인물들도 자주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대 강대국이었던 진(秦)의 부름을 받은 다른 제후국 왕들이 오자서의 뛰어난 언변으로 위기를 탈출한 장면이나 공자의 강변으로 노나라가 창칼 없이 자국의 땅을 얻은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뜻을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상대를 헐뜯거나 공격하기보다는 다양한 논리와 설득, 그리고 달램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뜻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군상은 별반 다르지 않듯이 '소설 손자병법'이 전하는 지침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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