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비박(非朴) 잠룡들은 대선 주자 경선룰을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고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황우여 호(號)가 공식 출범한 당의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첫 갈등을 빚은 이슈로 등장했다.
새 지도부가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매듭을 빨리 풀지 않으면 비박 진영의 압박은 날로 드세질 것이고 야권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게 된다. 최근엔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 마저 박 전 대표에게 '같은 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 경선 개최를 제안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요구하는 까닭은.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룰은 '전당대회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국민 선거인단 30%, 일반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대의원과 당원,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의견을 모두 묻자는 취지다.
그런데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당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비박 잠룡의 계산은 이렇게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후폭풍으로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때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서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이른바 '박다르크'로 회자되는 지난 5개월을 볼 때 주요 당원과 당직자,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정치 신인은 박 전 대표 편이기 때문에 지금의 경선룰대로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오픈프라이머리를 적용하면 투표자(국민)는 지지하는 성향을 밝히지 않고 특정 정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자를 뽑을 수 있다. 명분도 좋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이 직접 뽑은 경선 후보'라는 취지가 강해 경선 흥행을 보장한다. 또 일부 정치인에 의해 좌우되는 표심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친박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어떤 룰을 써도 박근혜 대세론은 꺾지 못한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친박계의 반응은 이와 같다. 어떤 방식으로 붙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는데 오픈프라이머리 적용에는 미적지근한 자세다. 유독 경선룰 변경만큼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친박계인 이한구 원대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의정치와 정당정치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인데다 야당에 의해 역선택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선거 흥행을 위해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선거라는 것을 흥행 중심으로만 하는 게 옳은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자꾸 정당정치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당원에게 기회를 안 주는 것은 정당정치에 위반되는 것이자 그 기반을 흔들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아주 박빙의 경쟁을 할 텐데, 이때 저쪽 지지자들이 교묘하게 이쪽을 교란시킬 수 있어 역선택 문제는 쉽게 짐작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당원투표에서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져 이명박 후보에게 1.5%포인트 차로 패했다. 그게 역선택이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당내 지지를 확인했음에도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뒤져 절치부심해야 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경선 룰을 유리한 쪽으로 두 번이나 바꿨고 박 전 대표는 이를 모두 수용해줬다.
박 전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선수가 뛰는데 유불리를 따져 규칙을 바꿔선 안 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친박계도 비박 진영의 공세에 "시기상 적용하기가 어렵고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에도 구린 구석이 있다"며 '꼼수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용 여부, 박심(朴心)에 달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해 '통 큰 정치'를 펼치고, 바뀐 룰로 흥행몰이를 한 뒤 이겨 대세론을 굳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비박 잠룡들도 그렇게 해야만 패배할 경우 깨끗하게 물러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합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도 좋지만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이 거듭될수록 고집스럽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각인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지세의 공고화' 보다는 '지지세 확장'을 위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우려 새누리당 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차일피일 미룰 경우 당내 분란만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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