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 '지보' 유래 듣고보니, 뜻까지 그럴 줄이야…

포복절도할 희한한 동네이름들

예천군 지보면 주민들도 이런 말을 했다.
예천군 지보면 주민들도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생각해도 지명이 참…"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희한하거나 웃음을 부르는 동네들이 전국 곳곳에 의외로 많다.

본지 시사상식 '텐' 코너엔 대구경북의 많은 독자들이 응모를 하는데 이 엽서들의 '보내는 사람'에 적혀 있는 주소들이 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곳이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김천의 신음동과 포항의 사정리. 이 두 곳에서는 거의 매주 또는 격주 단위로 엽서가 도착한다. 그중 신음동에서 보내온 엽서에는 '신음 어린이집'이라고 적혀 있어 더 고개를 젓게 한다. 이를 계기로 해서 알아본 전국의 포폭절도 지명은 상상을 초월했다. '광주 방구마을, 순창 대가리, 인천 야동, 경주 조지리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경북 예천군의 지보면은 그 유래를 알게 되어 더욱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당자리 중 하나로 실제 여성의 성기를 거꾸로 해서 부른 것이란다. 이곳 일대의 3개 지명을 합쳐서 연결하는 문장도 큰 웃음을 줬다. 지보과 개포 그리고 풍양의 지명은 거꾸로 하는 순간 묘해지면서 이 3개 지명은 절묘하게 문장을 이룬 것.

이뿐 아니다. 전국 곳곳에는 특이한 유래를 가진 지명들이 많다. '설마?', '그래도 이런 지명이 있나?',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 지명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진과 함께 검색됐다. 한글의 특성상 동음이의어나 예전부터 내려오던 지명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개명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동네도 의외로 많다.

◆압권!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

놀라운 지명인데 제대로 된 유래가 있었다.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에는 우리나라 8대 명당 중 하나로 꼽히는 '정묘'라는 동래 정씨 제학공파 중시조로 예문관 직제학과 진주목사 등을 지낸 정사(1400~1453)의 묘가 있다. 풍수학자들은 이 자리가 옥녀단좌형(玉女端座形)의 명당으로 묘혈은 여자의 자궁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한다.

정묘의 주산은 옥녀봉으로 반대편에 있는 조산인 비봉산은 우람한 남성형이다. 그래서 풍수가들은 지보리의 지형이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 중심에 정사의 묘가 자리 잡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사의 후손 중에 수많은 정승이 배출되기도 했다. 그런 배경에서 출발,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곤란해 '지보'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 아래의 '지보암'이라는 돌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우스꽝스러운 지명이라고 해서 고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보면 마을 사람들은 타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아무리 놀리고, 이상하다고 해도 개명할 생각은 없다.

◆경북은 이색 지명의 보고(寶庫)

역사와 전통의 깊은 선비의 고장인 이 지역에는 의외로 옛 지명에서 따 온 흥미로운 지명들이 많다. 양반 동네의 고상한 동네명도 있지만 한글로 하니 조금 이상한 곳도 있다.

김천의 신음동은 1914년 김산군 군내면 금음리(琴音里)와 금신리(琴新里)가 통합되면서 김천군 금릉면 신음동으로 개편됐고, 1949년 김천시 신음동이 되었다. 1960년에는 신음1동과 신음2동으로 분동됐고, 1983년 신음동으로 다시 통합됐다. 신음동은 시가지 북쪽 직지천(直指川)을 건너 외곽지대에 자리한 농촌 마을로 예부터 부농들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동네로 대구 북구에는 관음동이 있다. 사람들은 이 동네에 사는 친구들을 놀리려고 '관음증 환자들이 사는 곳'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천에는 신음리라는 곳도 있다. 원래 용궁면 북상면의 지역인데 1914년 신기리와 화음리를 병합해 신음리라 했다. 간방리도 있다. 예천군 승도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간곡과 이방동의 이름을 따서 '간방리'라 불리게 됐다.

경북에 사정동도 사정없이 많다. 포항에도 사정리, 경주에도 사정동, 경산에도 사정동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있다. '이곳에선 사정없이 사정해야 한다'.

웃기진 않지만 특색있는 지명도 많다. 포항에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해병로'고 있으며, 안동에는 서후면 대두서리(大豆西里)가 있다. 신라시대 때 큰 사찰인 도솔사가 있어서 한도솔, 한두실이라 했다가 대도솔, 대두실이 됐고, 고려 공민왕 때 개목산성을 쌓고 이곳에 소를 두었다고 해 대두소라 했는데 후에 음이 변해 대두서가 됐다. 예전에는 대갈장군 등 머리가 큰 것이 좋았는데 요즘은 TV 등에서 대두가 인기가 없어서 걱정이라는 후문도 있다.

안동시 남선면엔 도로리가 있다. 행정구역 개편 전의 이름인 도율리의 '도'자와 지로리의 '로'자를 따 도로리가 됐다. 이곳에선 '다 도로아미타불이다.'

◆'앗! 이럴 수가', 전국의 포폭절도 지명

전국적으로 살펴보니 웃기는 지명들이 수두룩하게 튀어나왔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도 그곳의 지명과 함께 사진들도 올라와 있었다. 전국 웃기는 지명 '텐'에 들어 있는 지명들은 대체로 생식기 또는 평상시 별로 좋지 않은 뉘앙스의 단어가 포함된 곳이었다.

전남 구례군에는 방광리가 있고, 광주시 서구에는 신세대 방구마을이 있다. 전북 순창군에는 머리의 속된 명칭인 대가리, 경주군 내남면에는 조지리가 있다. 경주 내남면에 가면 누군가 잘못하면 마을명처럼 된다는 경고성 발언을 듣기도 한다. 5∼7위를 차지한 지명들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5위는 김해시 진영읍 우동리, 6위는 경북 군위군 의흥면 파전리, 7위는 경남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다. 소주 한잔에 파전 안주 그리고 우동 한 그릇이 절로 떠오르는 절묘한 마을명들이다. 또 술안주 하나 추가하면 지역 특산물을 본떠 만든 포항의 '부추길'도 있다.

이 밖에도 전국 이색지명들은 보는 이나 듣는 이를 황당하게 또는 당황하게 한다. 생리의 생리네거리,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인 만지샘길, 월경리의 월경 마을회관 준공, 인천의 야동길, 이산이 아닌 딴산, 구라가 넘치는 구라마을, 신참은 없고 고참만 있는 고참마을 등등….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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