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가명'70) 씨는 몇해 전 건강검진을 하며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위 아래쪽에 조기 위암이 발견돼 위벽의 가장 안쪽에 해당하는 점막 부위만 살짝 뜯어내는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을 받았다.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수술을 받은 뒤 꾸준히 추적검사를 했다. 복부 CT검사 결과 위를 둘러싼 림프절에 이상이 발견됐다. 결국 3년 뒤 다시 암이 발생했던 위의 일부와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떼어낸 조직을 검사했더니 위에는 암이 없었지만 제거한 림프절 57개 중 1개에서 암 전이가 발견됐다. 가만 두었더라면 림프절을 따라 암이 계속 퍼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암의 병기와 생존율
위벽은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4개 층으로 나눈다. 암이 점막과 점막하층까지 침범한 경우를 '조기 위암'이라고 하고, 그 이하까지 침범되면 '진행성 위암'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몇 기 암이냐'라고 말하는 병기는 위벽에 얼마나 침범했는지, 림프절 전이가 있는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는지 등 3가지 요소를 조합해 결정한다.
위암 환자의 생존율은 주로 5년 생존율로 나타낸다.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재발이 거의 없다는 뜻.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5% 정도이며, 최근 들어 조기 위암의 증가로 생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위암 치료에는 수술적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수술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나머지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남아있는 미세 암세포를 없애고 생존율을 높이려는 보조요법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위암 수술은 획일적으로 위의 3분의 2 이상을 잘라내는 '광범위 위절제'와 주위 림프절을 완전히 제거하는 '확대 림프절 절제'가 표준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기 위암의 빈도가 늘면서 전체 위암의 절반 가량을 조기 위암이 차지함에 따라 이에 따른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되고 있고, 환자마다 맞춤형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다.
◆내시경적 치료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적 치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내시경 점막절제술'과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이 있다. 점막절제술은 1984년 처음 소개된 뒤 활발이 시행됐고, 이후 점막하 박리술이 등장한 뒤 더 넓은 병변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조기 위암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시경적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래 암이 생긴 부위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야 하고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어야 한다. 점막에만 생긴 조기 위암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생기는 비율은 2~3%이며, 점막하층까지 침범한 조기 위암의 경우 그 비율은 약 20%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조기 위암이라도 내시경적 치료가 가능하려면 ▷점막에만 있는 잘 분화된 암으로 ▷크기가 작아 융기형인 경우 2㎝ 미만, 평탄형이나 함몰형인 경우 1㎝ 미만이어야 하며 ▷암이 있는 부위에 궤양이나 궤양 흔적이 없어야 하며 ▷림프관이나 혈관의 침범이 없어야 한다.
앞서 김종진 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조기 위암에서 내시경적 치료를 할 때는 반드시 CT 또는 PET-CT 검사 등을 통해 시술 전에 병기를 철저히 확인하고,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면 곧바로 위와 림프절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축소 위절제술 및 감시 림프절
위를 잘라내는 부위를 최소화하고 기능도 보존하기 위한 '축소 위절제술'도 있다. 만약 이 수술이 가능하다면 위의 기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술을 하려면 림프절을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느 림프절에 암 전이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해 그 부위만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
암 전이가 있는 림프절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환자 선정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위암의 축소 위절제술에 '감시 림프절'의 개념이 도입됐다. 감시 림프절이란 암세포의 전이가 가장 먼저 이뤄지는 림프절을 말한다.
유방암과 피부암인 흑색종에서 수술 중 염료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주사해 착색이 되거나 동위원소 방사선이 나오는 림프절을 찾아 이를 조직 검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데 사용돼 왔다. 위암의 경우, 염료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점막하에 주사한 뒤 반응을 보이는 림프절을 찾아 조직검사를 하고, 암 전이가 없으면 축소 위절제술을 하게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김인호 교수는 "감시 림프절을 정확히 찾아내 전이를 진단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림프절 절제술을 피할 수 있다"며 "감시 림프절의 조직검사를 통해 90% 이상 진단할 수 있다는 일부 보고도 있지만 아직까지 위의 복잡한 림프계 구조, 도약전이(건너뛰어서 전이되는 것), 진단의 정확성 등의 문제로 제한적으로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복강경 위암 수술
현재 개복수술에서 적용됐던 대부분 수술법이 복강경수술로도 가능하게 됐다. 복강경수술의 장점은 ▷수술 상처가 작고 ▷수술 후 통증이 적으며 ▷폐기능 및 면역기능, 장 운동 회복이 빠르고 ▷입원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수술기법이 까다롭고 수술시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수술 후 잘라낸 림프절의 평균 갯수는 보고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복강경수술보다 개복수술에서 잘라낸 림프절이 많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지금까지 복강경수술은 조기 위암 환자에게 주로 시행해 왔다. 진행성 위암도 복강경수술이 가능한 지 여부는 개복수술과 동일한 정도로 림프절 절제술이 가능한가에 달려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진행성위암의 복강경수술도 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고 복강경 수술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이런 수술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이를 확대하기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김인호 교수는 "아직 여러 위험성 때문에 진행성 위암에 대한 복강경수술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의 종양학적인 안전성 비교를 위한 대규모 연구가 한국와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교수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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