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부부의 날

화단에 있는 꽃나무에 꽃이 만발한 것을 감상하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이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려면 꽃나무에 햇빛이 충분히 비치도록 해주고 물을 열심히 주는 등 가꾸어야 한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곳에 꽃나무를 방치하거나 물을 주지 않아 말라붙어버리면 꽃을 피우기는커녕 오래도록 바라볼 수도 없게 된다.

사람도 꽃나무와 다를 바 없다. 물을 주고 빛을 비춰줘야만 잘 자랄 수 있다. 더욱이 어린 자식에게는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게 있어야만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이같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땅을 거저 주다니?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단 말이냐." "어머니는 삼촌이 오시면 거저 보내지 않으신다." "저건 벌써 비석이 아니고 그저 보통 돌멩이 조각인 것이다." "그는 묻는 말에 그저 '예, 예' 하며 대답하였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거저'와 '그저'를 구분해보자. '그저'는 변함없이 이제까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냥, 별로 신기할 것 없이, 어쨌든지 무조건이란 뜻이다. "두 사람은 머리에, 어깨에, 옷깃에 쌓이는 눈을 떨어버릴 염도 않고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그저 별일 없이 찾아올 때는 걸음걸이에 힘이 없고 곧잘 한눈을 판다."로 활용한다. '거저'는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빈손으로라는 뜻이다. "그는 힘들여 만든 물건을 돈도 안 내고 거저 가지려 했다." "그녀는 할머니 집에 갈 때는 거저 가지 않는다." 로 쓰인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및 연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풍성히 열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한 공간 전체를 통째로 빌려서 함께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어 5월은 가족과의 유대를 강조함과 동시에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과 어우러져 생기발랄해서 좋다.

"통째로 암기하면 통째로 잊어버릴 수 있다." "한옥에서 안채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예시문에 나오는 '통째' '안채'에서와 같이 '-째'와 '-채'에 대해 헷갈려하는것을 볼 수 있다. '째'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서 '통째' '뿌리째' '껍질째' '밭째'로 쓰인다. '채'는 건물에 관계된 명칭에 쓰이어 '바깥채' '사랑채' '안채' 등으로 쓰이며 붙여 쓴다. 또한 '채'는 집을 세거나 큰 기구, 기물, 가구, 이불 따위를 세는 단위로 쓰여 '기와집 몇 채' '오막살이 한 채' '가마 두 채' '솜이불 한 채' 등으로 쓰이며 이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오늘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둘(2)이 하나(1)가 되는 부부의 날이다. 부부 사이에도 거저 받기만을 바라기보다 주고받는 게 있다면 더 기쁘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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