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래희망이 뭐니?…선뜻 대답 못하는 학생 다 모여!

26-28일 청소년 진로박람회

진학 목표를 설정하기 앞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고1까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진학 목표를 설정하기 앞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고1까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저도 제가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동안의 공교육은 입시와 진학지도 위주였다. 진로 교육은 학생 개인의 몫이었다. 최근 공교육에서 진로 교육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반길만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선 진로 교육이 형식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높다. 학부모도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자녀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6~28일 대구 상원고에서 열리는 대구시교육청 주최 '2012 청소년 진로박람회'에 오면 자녀 진로 설정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장래 희망? 잘 모르겠어요."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수성구 한 중학교 2학년인 A군의 목표다. 하지만, 제 스스로 정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가 돼야 한다고 늘 강조했을 뿐이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학원을 오가지만 성적은 중위권을 맴돈다.

"사실 딱히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미래에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도 제 성적 외에는 신경을 쓰시지 않아요. 돈 잘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의사가 되라고 하실 뿐이죠."

수성구 한 고교 인문계열 1학년인 B양은 2년 뒤 수도권 상위 5개 대학에 응시할 생각이다. 어느 분야를 전공할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B양의 부모는 전공은 두 번째 문제이고 우선 좋은 대학 출신이라는 '간판'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 저는 사학과에 진학해 역사학자가 되고 싶긴 한데 부모님이 강하게 반대하세요. 밥벌이를 하기가 어렵다면서요. 일단 명문대에 가겠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취업이 잘되는 상경계열에 갈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그 대학의 사학과를 생각해보래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진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진로 교육이 입시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자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진로 교육이 아직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데다 진학에만 신경 쓰는 학부모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지난달 교과부가 발표한 '진로진학상담교사 배치 학교의 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진로진학상담교사 배치율 경우 대구는 63%(135명)로 16개 시'도 가운데 4위에 올랐으나 경북은 49%(231명)로 14위에 머물렀다. 반면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진로와 직업' 교과 채택률에서는 경북이 61%로 3위를 기록했고, 대구는 19%로 15위에 그쳤다. 아직 진로 교육 여건이 탄탄하지 않은 것이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진로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적극적이지 않을 뿐더러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로 수업 시간에 자습을 하거나 대규모로 직업체험에 나서는 바람에 학생 개개인이 제대로 된 체험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상담과 심리'적성검사로 학생에게 맞는 직업과 전공 분야를 안내해도 무조건 명문대,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고집하는 학부모도 상당수죠. 그분들은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 밖이에요."

이에 대해 대륜중 송성민 교사는 일부 학부모의 생각처럼 진로와 진학은 별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 교사는 "진로 교육은 서울대에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 맞는 목표와 필요에 따라 서울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진로 탐색을 통해 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깨닫게 되면 학습 능률도 올라간다"고 했다.

수성고 진로진학상담부장인 백점순 교사는 학교뿐 아니라 지역 사회도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 교사는 "직업체험 활동 연계 기관들을 찾아보면 학생들을 반겨주지 않는 데다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몰라 결국 청소 등 허드렛일만 하다 오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며 "지역 사회가 아이들을 학교와 함께 기른다는 열린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로 정보? 여기서 찾으세요."

대구시교육청이 진로 관련 정보와 체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 모은 행사를 마련한다. 26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후 5시까지 대구 상원고 대강당과 시청각실 등에서 '미래와의 소통, 2012 청소년 진로박람회'(Career Expo)를 연다. 박람회의 주제는 '내 안에 잠든 작은 거인을 깨워라.' 진로 탐색과 진로 설계 체험 기회를 제공,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진로 설계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박람회는 크게 주제관, 체험관, 특색관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주제관은 자기이해관과 진로정보관, 진로설계관, 글로벌인재관으로 꾸미고 체험관은 전공학과탐색관, 직업체험관, 전문직업인과의만남관으로 구성한다. 특색관에는 진로'학습코칭관과 생애설계관이 들어선다.

주제관 가운데 자기이해관에서는 적성'흥미'성격'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진로정보관은 ▷유망직업과 이색직업, 직업의 변천사 등을 소개하는 직업정보관 ▷대구 고교 현황과 진학 정보를 안내하는 고입정보관 ▷전국 대학 입학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입정보관 등 3곳으로 나눠 운영된다. 고입'대입정보관에서는 진학 상담도 가능하다. 진로설계관에서는 미래 명함 만들기, 인생의 목표를 세워보는 비전 보드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글로벌인재관에서는 영어, 중국어 원어민 강사와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체험관은 시교육청 진학진로정보센터( http://jinhak.dge.go.kr)와 박람회 홈페이지(http://www.dgcareer.kr)에서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곳. 직업체험관에서는 간호사, 푸드 스타일리스트, 헤어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스튜어디스, 소방과 응급 구조 등 모두 70회의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직업인과의만남관에서는 요리사, 방송작가, 건축사,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관계자, 실용음악가, 유치원 교사, 의사와 간호사, 약사, 상담심리사, 바리스타, 경호원, 경찰과 군인 등 다양한 직업인을 만나볼 수 있다. 전공학과탐색관에서는 인문'사회'교육'공학'자연'의약'음악'미술'체육 계열별 학과 소개와 대학생 멘토와의 만남이 준비돼 있다. 해당 학과 진학시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특색관 가운데 진로'학습코칭관은 중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코칭 프로그램, 중3과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시간 관리와 노트 필기법을 알려주는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나운서 양문석, 경북도 행정부지사 이주석, 웨딩솔루션 개발업체 프로홈 대표 박경애 등 명사와의 만남 시간도 마련했다. 생애설계관을 찾으면 희망 직업으로부터 예상되는 소득과 지출, 그에 따른 저축 계획 등 일생 겪을 경제생활을 설계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박람회 추진단 김동기 단장(경북여고 교사)은 "진로를 제대로 설정해야 대학 진학 후 후회가 적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보다 수월해진다"며 "사전 온라인 신청을 하지 않아도 주제관, 생애설계관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니 진로 설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 학부모가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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