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래 구합니다" 레미콘업계 아우성

21일 대구 북구 한 레미콘 업체 주차장에 모래 가격 폭등으로 모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운행하지 않는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1일 대구 북구 한 레미콘 업체 주차장에 모래 가격 폭등으로 모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운행하지 않는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8일 대구 북구의 한 레미콘 공장. 평소 산처럼 쌓여 있던 모래더미 대신 빈 공터만 보였다.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레미콘 차량도 3, 4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레미콘 생산량이 1천200t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500t으로 절반 이하까지 준 탓이다. 업체 대표는 "지난해 하루 평균 40여 대의 덤프트럭들이 모래를 싣고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하루 10여 대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모래를 하루하루 공급받아 겨우 생산량을 맞추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최근 모래 가격 폭등으로 대구지역 레미콘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모래 야적장이 있는 낙동강 인근 시'군의 골재업자들이 지역 외 업체에는 모래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대구지역 레미콘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당 1만2천원에 판매되던 모래 가격이 현재 2만5천원까지 올랐다. 4대강 사업에서 막대한 모래를 채취한 상주, 성주, 고령의 지자체가 지역 내 레미콘업체 보호를 내세워 모래의 역외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 이로 인해 대구의 레미콘 업체들은 경남 창녕, 밀양까지 모래를 구하러 원정까지 가는 실정이다.

모래 가격은 2배 이상 상승했지만 레미콘 가격은 1㎥당 5만5천원에서 6만1천원으로 9%밖에 상승하지 않아 레미콘 업체들의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 대구 동구의 한 레미콘 공장 대표는 "아직은 모래 재고가 조금 남아 있지만 앞으로도 모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북구의 한 레미콘 업체 대표는 "모래 가격이 너무 올라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주문 물량을 제대로 맞추기도 어려워 자칫 계약이 끊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레미콘 업체들의 불만이 증가하자 구미시가 이달 15일부터 지역 외 판매를 허용했지만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구미야적장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200대의 덤프트럭이 몰려 한 대당 1, 2회밖에 모래를 싣고 가지 못한다. 200대의 덤프트럭 중 대부분이 대구 지역 차량이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기사 최모(50) 씨는 "전날부터 와서 기다렸지만 모래를 한 차례밖에 구입하지 못했다"며 "어떤 날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모래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사재기를 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대구의 일부 골재 야적장들과 레미콘 업체, 소규모의 철골상들까지 모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일부 업체들이 매점매석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구시는 경북도에 모래 판매를 요청하고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북도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낙동강 인근 시'군은 아직은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다"며 "하지만 6월부터는 지역 외 업체에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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