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활 꿈 크는 3평 '희망하우스'…홈리스 위한 보금자리

서구 비산동 2층 주택, 방세 일부 떼내 저축…후원금 더해 쪽방탈출 도와

21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의
21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희망하우스'에서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사무소장이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민간단체들이 빈곤층의 쪽방 탈출과 자활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홈리스 주거 지원 모델인 '희망하우스'와 함께 쪽방 주민들이 운영하는 재활용 센터 건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2층 주택으로 들어서자 건물 외벽은 깔끔하게 페인트칠이 돼 있었고 방도 한 칸에 10㎡(3평 남짓) 남짓으로 쪽방(평균 3.3㎡)보다 3배가량 넓었다. 각 층마다 세탁기와 정수기가 갖춰져 있는 이곳은 곧 '희망하우스'라는 명패를 달 예정이다.

대구쪽방상담소가 추진 중인 희망하우스는 쪽방을 벗어나기 원하는 빈곤층들이 6개월간 살면서 수백만원의 보증금을 모아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가 되고 있다.

입주자들은 매달 방세 20만원을 내는데 이 중 5만원은 후원금 5만원과 연계해 의무적으로 저축한다. 6개월간 모인 60만원과 희망기금에서 대출한 60만원을 보태 목돈을 만들어 원룸으로 옮기는 것이 사업 목표다. 이는 노숙인들의 주거를 지원하는 서유럽의 '지원 주택'(supportive housing)을 적용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

대구쪽방상담소는 도시가스와 온수가 공급되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지만 보증금이 없어 좌절하는 빈곤층을 돕기 위해 이 사업을 계획했다. 최근 방을 확장하고 창틀을 교체하는 1차 공사를 완료했고 후원을 받아 2천만원을 들여 올해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강정우 대구쪽방상담소 팀장은 "쪽방 주민들의 첫 번째 목표는 지금보다 나은 주거 환경에서 사는 것이다. 매년 15~20명 정도의 쪽방 주민들이 희망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자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활용센터 설립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쪽방 주민들이 지속적인 수입이 있어야 수십만원의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

최근 한 후원자가 서구 비산동에 100㎡ 상당의 부지를 내놔 1t 트럭을 구입하면 쪽방 주민 10여 명으로 재활용센터인 '행복한 고물상'의 문을 열 계획이다. 1년 전 쪽방에서 원룸으로 이사한 박상민(가명'41'남구 대명동) 씨는 "술담배를 끊고 생계비를 차곡차곡 모아 보증금 100만원의 원룸으로 이사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어려운데 고물상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면 방세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상담소는 22일 오후 2시부터 계명문화대에서 희망하우스와 희망고물상 사업비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을 연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사무소장은 "지자체와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민간이 나서서 빈곤층이 '주거 가난'에서 탈출하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쪽방 주민들에게 일시적인 물품 지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활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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