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이순신과 새마을운동

조선 선조 25년(1592년), 일본 통일에 성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침략을 감행했다. 전라도 해안을 지키던 이순신은 왜군의 침입에 대비해 미리 전선을 정비해 두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업적 뒤에서 인간 이순신은 외로웠다. 반대하는 이도 많았고 모함하는 이도 많았다. 특히 혼자 고립돼 백의종군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후대는 이순신을 세계 최고의 해군 제독으로 평가하며 그의 업적을 혁신성의 대표적 모델로 꼽는다.

이순신의 혁신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결단력이 있었다. 조정과 신하들이 '왜군은 침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순신의 생각은 달랐다. 모두가 '아니다'고 할 때 '네'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다. 이것은 혁신의 필수 자세다.

둘째, 전술 사용에서도 혁신적이었다. 조선 군인은 방어전만 할 것이라는 왜군들의 예상과 달리 이순신은 왜군의 상식을 뒤엎는 학익진 전법을 써 승리를 거두었다. 만약 한 가지 전술만 고집했다면 23전 23승이라는 대기록은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역시 혁신이다.

셋째, 거북선을 발명한 일이다. 당시 조선군은 활을 쓰고 있어 근거리에서 싸우면 불리했다. 이순신은 송곳 같은 칼침이 꽂혀 있는 철갑선을 만들어 왜군들이 거북선에 뛰어오를 수 없게 했다.

이렇듯 혁신이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역사에서도 혁신의 예는 많았다. 이순신의 거북선이 얼마나 혁신적 역사였는지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영국에서 배를 수주할 때 500원 동전에 있는 거북선을 보여주니 계약이 성사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또 가까이는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도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늘날 새마을운동과 그 정신은 추억으로 머물러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에 일고 있는 새마을운동은 분명 '혁신'의 모습이다.

필자는 얼마 전 대구시새마을회장에 취임했다. 처음에는 그저 편한 자리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새마을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에게 새마을운동이야말로 정말 고귀한 정신문화 유산임을 느끼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1970년, 정부는 상당히 파격적인 구호를 내놓았다. '10년 후에는 국민소득 1천달러,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자!' 당시 우리는 국민소득 250달러, 수출 20억달러 수준이었다. 모두들 도저히 달성 불가능하다 했다. 그러나 1977년, 믿기지 않는 일이 이뤄졌다. 수출 100억달러와 국민소득 1천달러 목표가 조기 달성됐다. 그때는 워낙 소득이 낮았기 때문에 올라가는 일이 쉬웠다고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온 국민이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새마을운동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얻어 국민소득 2만달러, 수출 5천억달러를 가능케 했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1971년에 공구상을 시작했으니 새마을운동의 열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민족 대각성의 혁신운동이었다. 필자 역시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업체를 더욱 건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더욱이 새마을운동은 나 혼자 잘 살자는 운동이 아니었다. 내 이웃, 내 마을 모두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가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이었다. 청년실업난과 각종 사회문제로 앓고 있는 오늘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마을 정신이 다시 한 번 뛰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1세대 새마을 정신은 오늘의 시대에 맞춰 '변화 도전 창조'라는 뉴새마을 정신으로 바뀌었다. 이 점 역시 국민들에게 더 잘 알려져야 할 것이다. IT 기술의 도움을 받아 서로 소통하고 칭찬하는 사회 만들기, 탄소 배출을 줄이는 그린 마을 가꾸기, 다문화가정을 보듬고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가 새로운 새마을운동의 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새마을운동 42주년이 됐다. 작년부터 새마을의 날이 제정돼 국가기념일이 됐지만 이 역시 아는 국민이 많지 않다. 1970, 80년대는 근면 자조 협동으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변화 도전 창조로 혁신해야 하는 시대이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과감한 도전도 해보자. 새마을 정신은 원래 도전과 모험의 정신이 아니었던가. 2000년대를 끌고 갈 뉴새마을 정신은 이순신의 그것보다 더 혁신적이고 발전적이길 마음 깊이 기원한다.

최영수/크레텍책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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