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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싸고 불편…전통시장의 '불편한 오해'

[지역사랑, 지역소비] ④ 전통시장 다시 보기

전통시장 중에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뛰어난 상품을 파는 곳들이 많다. 전통시장은 고용, 자금 순환 등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장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22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 서문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통시장 중에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뛰어난 상품을 파는 곳들이 많다. 전통시장은 고용, 자금 순환 등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장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22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 서문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조금 불편해도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시장.'

전통시장을 잘못 부르는 이름 중 하나가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이라는 단어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읽어볼 수 있다. 낡고 불편한, 재래식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가진 재래식 이미지에 대형마트의 교묘한 가격정책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발길은 전통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전통시장을 찾으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편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전통시장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간편하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찾는다. 문제는 전통시장이 침체되면 지역경제에도 악재라는 점. 전통시장은 고용, 물가안정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고용 효과는 대형마트에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10억원 당 종사자수인 고용계수가 전통시장은 15.3명인데 비해 대형소매점은 2.1명 수준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대구 지역내 이마트는 매출액 6천500억원, 종사자수 862명으로 고용계수는 1.3명이었다. 반면 대구의 큰 장인 서문시장의 경우 매출액 1천36억원, 종사자수 6천277명으로 고용계수가 60.5명에 달했다. 전국 평균보다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자가 쓴 돈의 흐름도 주목해야한다. 서문시장 4지구에서 아웃도어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영록(55) 씨는 90% 이상을 대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에는 김 씨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된 아웃도어 제품도 포함돼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아웃도어 제품들은 대부분 대구 지역에서 생산된 원단으로 제작됐다. 김 씨가 벌어들인 돈은 원단과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시 지역 기업으로 돌아간다.

반면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쓴 돈의 60~80%는 수도권으로 유입된다. 지난해 대형마트가 대구에서 벌어들인 수입 2조9천969억원 중 최소 1조7척981억원에서 최대 2조3천975억원이 수도권으로 간 셈이다.

경북대학교 장흥섭 교수는 "전통시장이 기울면 실업자 문제, 역외 자금 유출 뿐 아니라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문화'전통 등의 경제적 가치까지 훼손된다"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단순 비교하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전통시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물건 대형마트보다 싸게

매일신문은 북구 칠성시장내 대구청과시장과 인근 롯데백화점, 이마트의 과일 가격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청과시장 참외(100g) 가격은 450원으로 롯데백화점 980원, 이마트 890원보다 훨씬 저렴했다.

토마토(100g) 역시 청과시장은 330원인데 반해 롯데백화점은 548원, 이마트는 590원으로 더 비쌌다.

가격 대비 품질도 청과시장이 더 우수했다. 청과시장 과일들은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도매시장 등급 기준 '특품'을 받은 제품이었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상 혹은 중상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도매시장 등급은 특, 상, 중, 하로 나뉜다.

대구청과시장 상인회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화려한 포장과 100g 단위로 적어놓은 가격, 미끼상품 등에 현혹돼 시장 물건이 비싸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시장 물건은 제사상에 올리거나 혼수 과일로 쓸 정도로 품질이 좋을 뿐 아니라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백화점, 대형마트 보다 비싸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서(34.8%)''품질이 떨어져서(13.6%)''가격이 비싸서(7.6%)'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전통시장 물가는 대형마트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달 전국 36개 전통시장과 근처 대형마트(36개), SSM(34개)을 대상으로 생활필수품 3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는 12%, SSM보다는 15.4% 물가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못지않은 친절한 서비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서비스가 빈약하다는 이미지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달서구 서남신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어김없이 시장 휴게실을 찾는다. 휴게실에서 '에코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서다. 바코드리더기에 회원 카드를 갖다 대면 50점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5천점이 모이면 온누리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에코포인트의 회원은 700명이 넘는다.

서남신시장은 대형마트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소비자들의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서비스는 배달과 장보기 대행을 해주는 '서남 부르미'다. 소비자가 배달 비용만 지불하면 서남신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가져다주거나 전화로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준다. 서남신시장에서 유명한 족발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또 현금자동인출기, 어린이 놀이방, 쇼핑카트 등의 쇼핑 편의시설들도 서남신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서남신시장 상인연합회 현호종 회장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는 2, 4째 일요일에는 구매금액대별로 온누리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백화점식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며 "전통시장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배울 것은 배워서 적용해야 손님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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