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귀화 논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개국을 도운 이지란은 귀화한 여진족으로 본명이 퉁두란, 몽골식 이름으로 쿠룬투란티무르였다. 조선 인조 때의 박연 역시 본명이 얀 얀스 벨테브레였던 네덜란드 출신 귀화인으로 조선 여자와 결혼했고 조선의 무기 발전에 이바지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 초기 광종 때에 과거제도의 설치를 건의한 쌍기도 중국 후주 출신의 귀화인이었지만 우리 역사에 귀화인이 많지는 않았다.

대외 개방성이 적었고 영토 보존에 주력했던 우리와 달리 정복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민족에 대한 문호 개방과 관용을 통해 번영한 사례도 많다. 로마 제국은 게르만족 등 이민족을 로마 시민으로 받아들여 거대한 제국의 통합에 성공했고 중세 시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이슬람 왕조도 기독교인들과 공존하는 전략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오늘날의 미국 역시 다인종통합사회를 지향하며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적 문호 개방은 스포츠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스웨덴 축구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보스니아-크로아티아 계통의 이민자 출신이고 게르만 순혈주의를 포기한 독일 축구 대표팀에는 터키 이민가정 출신의 메수트 외질, 가나 출신의 제롬 보아탱 등이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또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은 아프리카 출신 육상 선수들을 귀화시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10~20여 년 전까지 '단일민족' '한민족'을 강조했을 만큼 순혈주의적 전통이 강하다. 1990년대 이후 점차 다문화사회로 바뀌고 있지만 강한 순혈주의적 분위기는 여전히 지배적이며 귀화 요건이 까다로운 것이 단적인 예다. 일반 귀화 요건은 대한민국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어려운 귀화 시험 등 귀화 적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 등의 귀화를 받아들이는 특별 귀화 요건 역시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가 22일 재심 끝에 국내에서 활약 중인 브라질 축구 선수 에닝요의 특별 귀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대표팀의 전력 강화를 위해 그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지만, 국어 능력,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이유로 부결됐다. 일단락됐지만, 논란이 이어지는 에닝요의 귀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개방성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나아갈 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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