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탁(65)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이 소설을 출간했다. 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한국거래소 초대이사장을 지낸 정통관료출신인 이 이사장이 소설책을 썼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설 '이정구'는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대 재벌 '삼현그룹'의 이정구 회장 이야기다. 삼현그룹은 3대 편법 세습과 비자금 축적 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국내 최대 재벌이다. 고조되는 여론악화와 후계구도를 둘러싼 자식들 간의 분쟁, 가신들의 반란 속에 이정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는 유산상속을 포기하고 기업을 통째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는 극단적 해법을 내놓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삼현그룹'은 삼성, 이정구 회장은 삼성과 현대, LG의 창업주의 성(姓)을 차용한 상징적인 설정이지만 이 이사장은 특정그룹이나 그 그룹의 총수를 모델로 삼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등장인물도 모두 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 '이정구'는 소설이 아니다. 이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1%와 99% 간의 갈등을 겪고 있는데 문제 제기만 하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1%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해야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설의 형식을 빌어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고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설의 부제는 '벌족(閥族)의 미래'다. '벌족'이란 원래 대대로 벼슬을 한 집안을 가리키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우리 사회의 1%를 상징한다. 그는 재벌, 즉 '재족'(財族)이야기를 그린 '이정구'에 이어 정족(政族)'관족(官族)'법족(法族)'의족(醫族)'교족(敎族)'언족(言族)'노족(勞族)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 상위 1%인 여러 '벌족'이야기를 다룬 후속소설을 잇따라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1%와 99%로 갈라진 양극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가 먼저 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설 이정구는 이들의 자기희생과 양보를 통한 갈등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세계미래포럼'을 결성, 우리 사회의 미래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마련에 천착하고 있다.
서명수기자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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