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빈티지 패션으로 나도 여름 멋쟁이"

중앙대로-대구역 구제품 거리

가게 밖 가판대엔 옷들이 선택을 기다리며 얌전히 놓여 있다. 일명 '누워 있는 옷'이다. 한 손에 고른 옷을 쥐고 다른 손으로 옷을 뒤집으며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맘에 드는 옷을 하나 찾았는지 한 손으로 펼쳐본다. 생각과 다른지 다시 옷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모두 1만원에 안되요오."

가무잡잡한 피부색을 한 젊은이가 여름옷을 몇 가지 골라 어색한 발음으로 가게 주인과 흥정하고 있다.

"이 아지아가 와 카노. 옷 다섯 개가 1만2천원이면 싸지. 뭘 더 깎고 그라노, 호호호."

주인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며 청년은 눈만 껌벅거렸고, 주변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몇몇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웃고 있다.

"아이고 내 못 산데이. 그래라 1만원만 주고 가라. 남의 나라 와서 여름 잘 보내라고 내가 인심쓰는기데이."

주인아주머니는 타국까지 돈 벌러 온 그에게 한국의 인정까지 함께 보태 옷을 팔았다.

중앙대로에서 대구역 주변인 교동, 동문동 부근에는 옷가게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옷들의 형색이 조금 다르다. 상품이라고 보기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일명 구제품이다. 교동시장은 오래전부터 구제품이나 외제 상품, 보세 상품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시장이다. 요즘엔 준보석과 구제 옷가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대로변까지 확대된 구제품 가게가 점차 도시 곳곳으로 확대되어 가는 추세이다.

요즘엔 빈티지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구제 가게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몇년 전보다 옷도 연령과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며 가게별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중국산보다 가격대비 질이 좋다는 가게 주인 한영숙(59) 씨는 단골손님이 많단다. 또 다른 가게에서 만난 김영자(62) 씨는 "처녀 시절 새 옷이 많지 않아 구제품을 입었지만, 요즘 이곳을 다니며 많은 추억과 질 좋고 저렴한 옷을 같이 구입할 수 있어서 자주 쇼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일부 고가 상품들 때문에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되는 요즘, 가격과 스타일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해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새로운 멋 '빈티지 풍'을 이끌어가는 구제품 시장은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다.

글'사진 이재경 시민기자 hangju65@hanmail.net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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