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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불두화(佛頭花).

불두화(佛頭花).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리수, 연꽃과 함께 불교나 사찰을 생각나게 하는 나무이다. 아주 작고 하얀 꽃들이 모여 동그랗게 피어 있는 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불두화'라고 한다. 석가탄신일을 축하하 듯 매년 음력 사월초파일을 전후해서 새하얀 꽃송이를 뭉게뭉게 피워낸다. 하얀 고깔모자를 연상케 해서 '승무화', 흰쌀밥 같아 '밥꽃' 또는 '밥티꽃', 흰 사발 같다 해서 '사발꽃', 북한에서는 '큰접시꽃'으로 불린다. 눈싸움할 때 뭉쳐진 눈덩이 같다 해서 영어이름은 '스노우 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꽃 모양이 수국과 비슷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태생부터가 수국은 범의귀과 식물이고, 불두화는 인동과 식물이다. 수국의 잎은 깻잎처럼 둥글고 불두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쉽게 구별이 된다. 둘 모두 무성화(無性花)여서 스스로 번식이 안 돼 꺾꽂이, 접붙이기, 휘묻이 등을 통해 식구수를 늘린다.

불두화의 조상은 백당나무인데 백당나무 꽃은 접시모양의 가장자리에 무성화인 불두화의 꽃잎이 벌나비를 유혹해서 가운데 볼품없는 모양의 유성화가 수정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꽃이다. 이것을 육종해서 유성화 부분을 모두 무성화로 만들어 꽃 모양을 크게 예쁘게 진화시킨 것이 불두화이다.

이렇게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상징성 때문인가. 불두화는 유독 사찰 내에 많이 심어져 있다. 대웅전 뜰에 피어난 불두화는 법당을 향한 채 부처님 설법도 듣고, 불탑들과 두런두런 불경도 암송한 내공이 쌓여서인지 볼 때마다 자비와 넉넉함으로 가득차 있다. 불두화는 꽃말 또한 '은혜와 베풂'이니 가정의 달이자 보은의 달인 5월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꽃이다.

불두화는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색깔이 세 번 바뀌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갓 피어날 땐 수줍은 연초록이고 절정에 이르면서 순백색이 되고 질 무렵이면 어쩔 수 없이 누런 꽃잎으로 낙화하고 마는 것이 불두화다. 마치 인생무상(人生無常)을 깨달은 꽃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코사라국의 왕 바세나디의 방문을 받은 부처님은 세상에는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이른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인간,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인간,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인간, 빛에서 빛으로 가는 인간이 그들이라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곧 다가온다. 우리가 어떤 인간의 유형에 속하는가는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그 마음먹기의 길목에 늘 불두화가 피어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이 꽃은 그래서 더욱 우리네 삶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김해숙(다사꽃화훼단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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