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디스카우와 로빈 깁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편에 노나라의 현자인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며 의기투합해 벗이 됐다. 어느 날 자상호가 죽자 맹자반과 자금장은 거문고를 타며 '그대는 참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람으로 있구나!'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이 이야기는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상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예(禮)인가'라고 묻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세속의 예를 중시하는 공자를 비난하는 대목으로 많이 인용된다.

노장사상에서 죽음이란 참인 무위(無爲)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슬퍼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래서 죽음을 제지현해(帝之縣解)라고 표현했다. 하늘이 매어 단 밧줄을 푸는 것, 즉 절대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클래식과 팝계의 유명 스타가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18일 사망한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는 구조주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가 '드라마틱하며 감정적으로 명쾌하다'고 평할 정도로 곡 해석력이 뛰어났다. 특히 독일 가곡에 정통해 그가 부른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곧바로 디스카우를 연상시킬 정도로 최고의 연주로 손꼽힌다.

20일 사망한 호주 출신 팝 스타 로빈 깁은 좀 생소한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팝그룹 비지스(Bee Gees)의 쌍둥이 중 형이라고 하면 30, 40대 이상 팬에게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발표한 비지스의 팝 곡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비지스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또 70년대 말에는 허공을 쿡쿡 찌르는 춤을 세계 곳곳에 유행시킨 디스코 음악의 선두 주자로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한 많은 곡을 남겼다.

이들의 사망 소식 앞에서 장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처럼 노래를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과 다시는 공연을 볼 수 없다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카우는 슈베르트를, 로빈 깁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모리스 깁과 앤디 깁을 만난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한 팬에게 들려줄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 신명나는 음악판을 벌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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