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은 왜 쓸데없이 휩쓸리고 부화뇌동하는가.
니체는 군중을 '가축떼'로 비유하며 감정적 혐오감을 거침없이 드러냈지만, 군중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군중이란 단순한 인간 무리가 아니라 일종의 '심리 상태'이거나 '무의식에서 억압된 콤플렉스의 출현'이라고 분석되기도 한다.
이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이 쓴 '군중심리'(1895)와 함께 군중에 대한 최고의 분석서로 손꼽히는 현대의 고전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쿠퍼유니온 부설 국민연구소 교수로 활약했던 저자(1880∼1941)는 1920년 출간한 책에서 군중행동의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르봉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저자는 책에서 군중의 통념(심리)이 강박신경증이나 편집광증 등 정신적 질환과 여러모로 유사하며 무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콤플렉스로 표출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틴은 군중을 '약자의 손에 들린 보복용 무기'라고 정의했다. 군중은 모든 탁월한 정신을 똑같이 평범하게 절단해버리거나 미숙한 이기적 자의식을 성숙한 의식처럼 늘려버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는 것이 군중에 대한 저자의 근본 성찰이다.
이 책은 2012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사회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지역감정과 계층대립, 세대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단초를 제공해 준다. 특히 "사회의 집단이나 파벌이 군중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만 하면 저마다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중에 대한 정의와 함께 다양한 사회현상을 통해 군중의 이기심과 증오심, 지배욕, 혁명과 군중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이 책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쓰였지만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유효하다. 저자는 군중행동의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인문주의 교육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화에 있어 주목할 만 한 주장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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