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진화의 키 산소농도

진화의 키 산소농도/피터 워드 지음/김미선 옮김/뿌리와 이파리 펴냄

등반가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산을 오른다.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산맥 에베레스트 정상. 해발 8,850m의 희박한 산소와 낮은 기압은 포유류에겐 치명적이다. 하지만 새들은 '세계의 지붕' 위를 유유히 날아다닌다. 비밀은 조류의 호흡계에 숨어있다. 새들의 호흡계는 작은 폐와 그에 딸린 공기주머니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조류는 포유류보다 33%나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추출한다. 특히 1,500m 고공에서 조류는 포유류보다 200%나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뽑아낼 수 있다.

새들의 호흡계는 조상인 두 발 공룡(용반류)에서 이어받았다. 두 발 공룡이 처음 출현한 시기는 대기 중 산소 수치가 가장 낮았던 2억3천500만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였다.

'진화의 키, 산소 농도'는 대기 중 산소농도의 변화로 바라본 지구의 생태역사다. 진화사의 여러 중요한 사건들은 산소 농도의 변화에 동물이 어떻게 적응했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5억4천만년 이후 지구는 5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저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 중 네 차례가 산소가 급감했을때 일어났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기 중 평균 산소 농도는 21%. 그러나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트라이아스기에는 15%에도 못 미쳤다. 전체 생물종의 85~90%가 사라졌던 페름기에는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룡이 등장한 트라이아스 중기부터 쥐라기까지 지구 대기는 저산소 상태가 지속됐다. 저자는 공룡의 몸집이 커진 이유도 산소 농도로 설명한다. 공룡은 산소농도가 높아진 백악기에 들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큰 덩치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포유류의 번성은 산소 농도가 15~20% 이상 높아진 백악기 이후에 이뤄졌다. 포유류가 번식할 수 없는 해발 4,200m 이상의 고도는 공룡이 활개치던 쥐라기 초기 대기상태와 유사하다. 360쪽. 2만2천원 .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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