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가 신당권파와 구당권파 간의 충돌을 넘어 총선에 이은 대선에서의 야권 연대의 지속 등 향후 대선 구도의 주요 변수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듯하던 통합진보당은 종북 주사파 논란에 이어 '당의 심장'이라는 당원명부와 비례대표 투 개표 및 회계장부까지 노출됐다. 당장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 당사자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향후 거취와 통합진보당의 분당 가능성, 야권연대의 지속 여부 및 대선에서의 공조 등 통합진보당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연대 논의에서 계륵 신세
통합진보당은 지금 계륵(鷄肋 : '닭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지만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이 당선자 등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의 종북 주사파 논란이 확산되면서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양보는 빛이 바래지고 주사파의 국회 입성만 도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선 '왼쪽'(진보좌파)이 아니라 '중원'(중도)으로 당세를 확장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중도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맺은 야권연대를 파기하기에는 이르지만 이제라도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대선정국에서 유리하다는 의견과 강력한 자기쇄신을 통해 거듭날 '진보정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당위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어떤 경우에는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안철수 서울대 교수로 대표되는 중도세력 껴안기 노력과 별개로 건강한 진보세력과 함께한다는 움직임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과의 끈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대선정국에서 통합진보당 위상
총선에서 10%대의 지지를 받은 통합진보당은 지지율이 반토막 나면서 향후 정국에서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세워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서는 구도는커녕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지속, 정권교체에 나설 수 있느냐가 급선무가 됐다.
통합진보당 일각에서는 대선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기 때문에 인적 청산은 물론 주한미군철수 등의 정책수정 등의 강력한 쇄신작업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초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전략적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야권연대 유지가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야권연대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민주당의 들러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보수정권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에 맞닥뜨린 통합진보당
검찰에 '당의 심장'이라는 당원 명부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송두리째 빼앗긴 통합진보당은 대내외적인 활동 공간과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의 발단인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는 물론 이 당선자의 CNP그룹과의 불법적인 자금흐름 등 당 운영 전반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은 부정선거 외에는 수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진보진영의 지형이 검찰의 손에 들어감에 따라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검찰이 통합진보당의 숨통을 쥐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진로는
신'구 당권파가 따로 살림을 차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신'구 당권파의 충돌 수준을 감안하면 봉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신당권파의 출당조치에 저항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이던 구당권파가 당과 결별하면서 별도의 당을 만들어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당권파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을 입당시키는 수순이 그것이다. 구당권파는 강경 진보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신당권파는 새로운 진보세력의 구심점으로 당을 재정비한 후 대선정국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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