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한우의 소통 비타민] 지자체 재정난과 붉은 여왕 효과

행정안전부의 2012년 지방자치단체 재정력 지수에 따르면, 대구의 재정자립도는 0.584, 경북은 0.367이라고 한다. 서울 1.011, 인천 0.903, 경기 0.979 등 수도권과 비교하면 대구시'경북도의 재정자립도는 턱없이 낮다. 인근 울산 0.868, 경남 0.783, 부산 0.658에도 견주지 못한다.

초라한 지역 살림살이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그 해법을 디지털 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에서 찾을 수 없을까.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지자체들은 시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재난'위험을 사전에 탐지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보의 흐름에 맞게 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지자체 경쟁력은 정보화 추진 능력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지자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디지털 기회'를 창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보다 개방적인 형식인 블로그 스타일로 개편했다. 이제 공무원과 시민이 정보의 생산에서부터 유통, 교환,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시가 보유 중인 각종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여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는 해외투자유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SNS 시스템을 구축한다. 디지털 소통 시스템을 통해서 외국인 투자자가 직접 현장에 오지 않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스마트 시티 챌린지'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도시 전체의 디지털 생태계를 활성화하면 도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해외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쏟아지는 정보를 기회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지자체들은 인터넷과 SNS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거대한 정보(Big Data)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LA 주 정부는 SNS 분석을 통해 아동 학대를 사전에 감지할 뿐만 아니라 연간 2천600만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미국 시러큐스 시는 주택 정책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여, 낙후된 지역일수록 남성 실업률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남성에게 특화된 교육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독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고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공급자 위주의 정보화 1.0에서 수요자와 소통하는 정보화 2.0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대구시'경북도는 지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좀 더 '스마트'하게 변신해야 한다. 대구시는 의료 관광 및 외자 유치를 위해서 '창의적 투자 지원을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대구시가 투자한 드라마 '사랑비'와 '뮤지컬축제'(DIMF) 등과 관련된 SNS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평판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경상북도의 낙후된 지역의 문제점이 의외로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경북도가 보유한 각종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여 정책의 과학화를 추진해 보자. 빅데이터 분석에서 과거에 찾지 못했던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대구시'경북도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높다. 청주가 위치한 충북의 재정력 지수도 0.444로 경북보다 높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른 지자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디지털 소통을 꾀한다 하더라도 이른바 '붉은 여왕 효과'를 벗어나기 어렵다. 즉, 내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도 주변 세계가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붉은 여왕 효과'를 극복하려면 경쟁 지자체보다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스피드의 시대다. 디지털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 대구시'경북도는 조금 어렵더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은 아직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안주해 있다. 디지털 정보사회에 걸맞은 의사결정 과정을 서둘러 도입하고 정보화 진흥에 앞장서야 한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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