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어미는 돌아야 살 수 있다지/김찬옥

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젖을 찾을 줄 알고

젖을 빠는 법을 알지

여자는

어미가 되는 순간

가슴에 발전기를 돌리지 않아도

젖이 쿨쿨쿨 돌지

아이가 젖을 빨지 않으면

어미는 불덩이처럼 젖몸살을 심하게 앓지

어미의 몸은 모세 혈관까지

자식 생각이 돌아야 살고

절대적 사랑이 돌아야 살고

돈줄이 팡팡 돌아야 살 수 있다지

때로는

미친년처럼 돌 줄도 알아야

진짜 어미가 될 수 있다지

경쾌한 언어로 삶의 문제를 풀어내는 김찬옥 시인의 작품입니다. 시인은 어머니란 어떤 사람인지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대답은 간단하네요. '어머니는 돌아야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겁니다.

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온몸을 돌아다니는 피처럼,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무한하게 순환한다는 뜻이겠지요. 이 순환이 너무 절절해지면 무조건적인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돌기도 하겠지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억지로 배운 것이 아니라서 제 힘으로 멈출 수도 없는 이 무한동력이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고 또 지탱해나간다는 사실을.

시인, 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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